매장, 화장(火葬)의 대안으로 시신을 알칼리 용액에 넣어 가수분해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 방식은 매장으로 인한 묘지난을 해소하고 화장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새로운 친환경 장례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신 존중 문화가 있는 동양적 사고방식으로는 다소 ‘끔찍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불을 사용하는 화장과 비교해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BBC 등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등에서 친환경 화장에 비유되는 알칼리 가수분해 방법이 올해 말 영국에서도 도입된다. 알칼리 가수분해를 이용한 장례는 화학 작용을 통해 시신의 부패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뼈만 남기는 방법이다. 이를 실용화하기 위해 영국의 생화학자 샌리 설리번은 2007년 레조메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2011년 처음 미국에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가수분해 작용은 큰 원통형 모양의 기계(사진) 안에서 모두 이루어진다. 이 기계는 시신을 넣으면 자동으로 무게를 계산해 수산화칼륨 용액을 채운다. 산도 pH14로 알려진 강알칼리성의 이 용액은 약 152도의 온도로 90분 정도 가열된다. 이는 시신을 매장했을 때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부패 과정을 약 1시간 반으로 압축한 것이다. 그 과정을 거쳐 세포는 아미노산과 펩티드로 분해되며 인간의 DNA는 흔적없이 사라지게 된다. 이후 다시 90분 이상의 시간 동안 알칼리성 용액을 중화해 배수하고 나면 뼈와 몸 속에 있던 금속 물질 등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분리된 뼈는 별도로 분쇄해 유가족들에게 전달된다.
알칼리 가수분해 방법은 매장과 화장 방식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응용과학연구기구의 연구원 엘리자베스 케이저는 오존층 파괴, 기후 변화 등 18개의 항목으로 나눠 매장, 화장, 알칼리 가수분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용으로 계산했다. 시신 한 구당 매장과 화장은 각각 약 64유로와 48유로로 책정된 반면, 알칼리 가수분해는 단 3유로로 산출됐다. 이는 시신을 화장할 때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매장을 하기 위해 산을 깎는 등 자연이 훼손되며 금속으로 만들어진 관이 토양과 지하수 등을 오염시키는 것에 따른 결과다. 특히 알칼리 가수분해 방식은 화장 대비, 7분의 1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대기로 방출되는 수은(Hg) 양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북부도시인 스틸워터시 한 장례센터 관계자는 “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알칼리 가수분해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알칼리 가수분해를 이용해 시신을 처리하는 것은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체 50개의 주 중 14개 주만이 알칼리 가수분해 방식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캐나다에서는 10개 주 중 3개 주에서 합법화됐다. 아직까지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알칼리 가수분해가 인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설리번은 “화장이 법적으로 인정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알칼리 가수분해 방식 역시 세계적으로 통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일 15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고, 전 세계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오늘날 알칼리 가수분해 방식은 묘지난과 환경오염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