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의 남북교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은 금강산 신계사에서 복원 10주년 합동법회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10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왼쪽)이 신계사 복원 8주년 합동법회에 참석해 조선불교도연맹 위원장 지성 스님과 만나는 모습.  자료사진
종교계의 남북교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은 금강산 신계사에서 복원 10주년 합동법회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10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왼쪽)이 신계사 복원 8주년 합동법회에 참석해 조선불교도연맹 위원장 지성 스님과 만나는 모습.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지개
조계종, 신계사 합동법회 추진
개신교 · 천주교, 기대감 커져
“너무 서두르면 對北정책 부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종교계의 남북교류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교황청 특사로 파견해 남북 화해를 위한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한 것 자체가 종교계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통일부가 22일 “대북제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민간교류를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남북 종교교류가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특성상 “종교계가 너무 서둘러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종교계는 새 정부가 6·15 남북 공동선언 기념일을 즈음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그동안 접어놓았던 남북 교류계획을 분주히 검토하고 있다.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오는 9월이나 10월에 금강산 신계사 복원 10주년 합동법회를 계획하고 있다. 신계사는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가 조계종과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이 공동으로 2007년 복원했다. 그동안 폭설 등의 피해로 보수불사가 필요하지만, 남북교류가 끊기며 진단조사조차 못하고 있다. 조계종의 민족공동체추진본부는 이를 위해 이르면 다음 달 조불련과 실무협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본부는 신계사 복원 10주년 남북불교도 합동법회를 비롯해 신계사 건축물 진단조사 및 보수불사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신계사는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과도 연결돼 의미가 작지 않다”고 기대를 보였다. 조계종은 또 부처님오신날 및 8·15 남북불교도 서울·평양 동시법회, 북한 문화재와 전통사찰에 대한 공동조사와 발굴 등에 대한 지원도 새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2005년 개성 영통사를 복원한 천태종도 오는 11월쯤 남북 합동다례제를 재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활발하다. NCCK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세계교회협의회(WCC) 등 국제단체의 회의를 통해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과 대화를 이어왔다. NCCK는 그동안 조그련과 합의하고도 정부가 허락하지 않아 무산된 평양에서의 광복절 남북공동기도회 등과 함께 개신교 지도자들의 북한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에 한반도의 평화에 관심이 많은 데다 이번에 김 주교회의 의장이 교황청 특사로 파견된 천주교는 남북교류에 기대감이 더욱 높다. 지난 18일 열린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전국회의에서 위원장인 이기헌 주교는 “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남북관계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이와 함께 “남북한을 둘러싼 어려운 문제가 많아 주변 상황 전개를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민족화해위원회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해 남북한 천주교 신자가 함께 모이는 신앙대회를 북측의 조선가톨릭교협회와 합의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그해 12월 소속 주교단이 방북해 매년 천주교의 주요 대축일에 서울대교구에서 평양 장충성당에 사제를 파견해 정기적 미사 봉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기로 했으나, 이어진 북한의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결과를 보지 못했다. 천주교는 남북 교회 간 합의했다 중단된 이 같은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접촉을 북측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에는 6·15 남북 공동선언 기념일을 기해 종교 등 민간교류의 문호가 크게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군사도발 등 예측하기 힘든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해 종교교류도 차분하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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