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논설위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2일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테러가 발생하자, 즉각 ‘코브라(COBRA) 회의’를 소집했다. 코브라는 영국 비상대책회의실인 내각 사무처 브리핑실(Cabinet Office Briefing Rooms)의 별칭으로, 공식 약칭은 ‘코브르(COBR)’다. 코브라란 명칭은 영국 언론이 내각 사무처 브리핑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A실을 강조하면서 ‘코브르-A(COBR-A)’라고 표기하다가 나왔다. 코브라로 굳어지게 된 데에는 맹독을 지닌 뱀목(目) 코브라과(科) 파충류의 강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점도 한몫했다.

코브라는 한국의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일명 청와대 지하벙커), 미국의 백악관 상황실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2010년 정보자유법 때문에 마지못해 단 한 차례 사진을 공개했을 뿐, 회의 장면은커녕 회의실 모습조차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론 노출을 좋아하는 한국·미국과 다르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었다. 메이 총리가 집무실에서 코브라 회의를 소집하는 장면은 대대적으로 보도됐으나, 정작 코브라 회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비공개성으로 인해 코브라는 첩보 영화의 소재가 되곤 한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 코브라에서 영국 총리가 해외 대테러 작전을 직접 지휘하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그러나 코브라는 영국 정부청사인 화이트홀에 위치하며, 외관상 다른 정부 사무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첨단 통신 및 도청방지 장비를 갖추고 있긴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과는 달리 별다른 방호시설도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코브라 유래에서 알 수 있다. 코브라는 원래 군사 작전 지휘용이 아니었다. 1972년 영국 광부 파업 위기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대책 회의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 한국에서도 청와대 지하벙커 회의가 자주 열리고 있다. 북핵·미사일 도발이 발생하면, 대통령이 군복 혹은 민방위복을 입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1∼2시간 뒤에 소집되는 NSC로 북핵·미사일 도발을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북한에서 미사일이 날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상황이 종료된 이후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보다는 사전 대비가 더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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