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석 고려대 교수·행정학

새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 상황이 바뀌고, 정책 우선순위도 바뀌면서 이를 정부 조직 구조에 반영하는 일은 필요하다. 특히, 국내외적 환경 변화가 심한 우리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조직 구조를 바꾸는 일은 개혁의 작은 일부일 뿐이다. 지금 당면한 정책 문제들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 바꾸기’가 정부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

청년실업, 저출산, 저성장, 4차 산업혁명 대비, 미세먼지 등 ‘큰 문제들’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기간이던 2011∼2015년 저출산 대책에 약 61조 원을 지출했다. 정부는 제3차 계획을 다시 세우고 2020년까지 약 108조 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2001년부터 1.3명 미만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합계출산율이 2020년까지 목표치인 1.5명까지 오를지는 미지수다. 청년실업 문제도 2015년 관계 부처 합동으로 세운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비롯해 여러 방안이 제시됐지만, 청년실업률은 계속 악화해 2012년에 7.5%이던 것이 2016년에는 9.9%에 이르렀고, 올해 4월에는 10.2%로 2000년 이래 월간통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큰 문제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일하는 방식이 그러한 문제의 해결에 적합하지 못해서이다. 특히, 정부의 성과평가 방식이 그러하고 자원 배분 방식이 그러하다.

1998년 목표관리제 도입, 2004년 공무원 직무성과계약 제도 시행, 2006년 정부업무평가기본법 제정 등을 거치면서 ‘평가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만큼 정부의 성과평가가 강화됐다. 문제는, 우리의 명운이 달린 큰 정책 문제의 해결과 성과평가 시스템의 연관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중요 정책 문제의 해결 여부가 ‘국정과제’ ‘규제개혁’ ‘정책홍보’ ‘정상화 과제’ ‘정부 3.0’ 등으로 구성된 정부업무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미세먼지 문제가 매우 심각해도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무조정실의 2016년 부처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고, 청년실업 문제가 최악임에도 산업부와 중소기업청은 ‘우수’였으며, 고용노동부는 ‘보통’을 받았다.

부처평가 상황이 이러니 국장급·과장급 수준에서 수직적으로 좁게 설정된 목표 및 성과지표로 이뤄지는 공무원 성과평가가 중요 정책 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특히, 목표와 수단이 뒤바뀌어 문제를 전혀 풀지 않고도 평가 지표에서 점수를 높게 받는 경우도 흔하다. 성과와 평가 결과가 따로따로이고, 수단이 목적이 되는 성과평가 시스템으로는 정부가 중요한 정책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큰 문제들’에 대처하는 데 있어 성과평가 시스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자원 배분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따르면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12개 중앙 부처가 81개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이 계획은 부처들이 제안한 사업들을 유형별로 구분해 모아 놓은 꾸러미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 사이의 인과관계와 문제 해결의 밑그림에 기초한 자원 배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누가 무슨 권한을 가지고 예산과 자원을 투입하고, 그의 정책 결과에 대해 어떻게 책임성 있게 대응하겠다는 내용은 별로 담고 있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부에 정책실을 설치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획 및 조정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 그런데 대통령부와 장관이 함께 정책을 결정하면, 그 정책에 대한 상시적 관찰과 집행은 부처의 몫이다. 그리고 해당 부처를 지휘해 정책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권한과 책임은 그 부처의 장관 등 고위임명직 공무원에게 부여돼야 한다. 고위임명직 공무원에 대한 성과평가가 따라야 함도 지당하다.

이제까지는 고위임명직 공직자에 대한 성과평가가 사실상 없었다. 임기도 짧으니까,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 평가를 대체해온 형국이다. 권한이 좁고 적어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장관 성과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뉴질랜드의 장관은 올해 안으로 12개월 이상 실직수당을 받는 국민의 수를 30% 줄여야 한다. 우리도 이러한 성과평가 없이는 ‘큰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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