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3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임기 내 모든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 폐지 등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이기 때문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들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성과연봉제 운용과 관련한 수정 권고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역대 대다수 정권에서 공기업 수의 축소와 민영화를 추진했다. 민영화의 장점은 경영 효율성 제고(提高)와 함께 정부의 재정 지원 및 예산 보조 부담 감축으로 인한 국가 재정 확보, 정책 결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 중단과 탈정치화(depoliticization), 주식 소유 확산 등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2013년 12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 공공기관의 수는 늘어나기만 했다. 2012년 286개였는데 현재는 332개다. 지난 5년간 매년 10개 안팎이 불어났고, 지원되는 세금도 5년간 40%나 늘어 전체 예산 증감률의 2배나 웃돌았다. 당연히 다른 곳에 투입할 예산이 전용됨으로 인한 막대한 기회비용을 발생시켰다. 현재 이들 공공기관의 3분의 2가 적자거나 수익금이 제로다.
공공부문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민간영역의 확장을 방해한다. 그나마 공공기관이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려면, 민간기업으로서는 할 수 없는 최소한의 분야에서, 민간기업보다 낮은 인건비와 경기변동에 따라 급여 조절이 가능할 때 한시적으로나마 효과를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확대야말로 국가 경제를 갉아먹는, 청산해야 할 적폐(積弊)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공약은 대다수 국민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 지난 3월 9일 열렸던 공공기관장 워크숍 때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도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의 생산성 제고와 공공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독려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근본 가치마저 바꿔선 안 된다. 공무원사회와 공공기관 개혁은 정말 어렵다. 그동안 겨우 한두 걸음 전진시켰다. 그동안의 개혁 노력을 원점으로 돌릴 순 없다.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와 성과연봉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미래의 성장동력이다.
무엇보다 정부 시책에 충실히 따른 공공기관의 혼란이 극심하다.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한 120개 공공기관은 오는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나온 뒤 성과에 따라 첫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돼 있다. 이제 와서 이 제도를 폐지한다니 노사(勞使) 합의와 이사회의 의결까지 마친 공공기관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노사 합의가 안 된 채 이사회 의결만 거쳤던 48개 기관은 물론 노사가 합의해 도입했던 기관들마저 폐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미 법원이 ‘노조 동의를 거치지 않은 성과연봉제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운용 방향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성과주의를 온전히 폐지하는 것은 방만 경영을 방치하는 일이며, ‘보수 체계의 합리성’을 공공기관 평가 대상으로 삼아온 정부 행정의 신뢰를 팽개치는 것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성과연봉제 폐지를 포함한 모든 공약을 재검토해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설익은 공약을 철저히 가려내 폐기해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박수를 받는 길이고 새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다. 공무원 수의 대폭 확대와 함께 공공기관의 ‘철밥통’을 보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공무원의,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을 위한 국가’로 만드는 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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