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들에게 정서적 위로를 주는 호스피스 채플린(chaplain)으로 일하는 작가 케리 이건이 환자들에게 들은 마지막 순간에 깨달은 삶의 진실이다. 작가 역시 상처가 많았다. 하버드대를 졸업해 원하는 직업을 얻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걸었던 남자 친구와 결혼할 때까지만 해도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투여받은 진통제 부작용은 그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아이가 무릎 위에 있는데도 죽었다고 생각하며 환각, 망상, 정신분열,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 긴 치료로 회복된 그는 독서 클럽에서 만난 이의 소개로 채플린으로 일하게 된다. 그렇게 찾아간 호스피스에서 그는 “제발 내 이야기를 써달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깨달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 여성뿐만이 아니었다. 전신에 암이 전이된 할머니, 총기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청년, 뇌졸중으로 온 몸이 마비된 남자….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이들은 모두 할 말이 많았다. ‘살아요(원제 On Living/부키)’는 이 말들의 기록이다.
가족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이야기, 나이들수록 더 큰 사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기쁨만큼이나 슬픔과 고통도 변한다는 깨달음. 작가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지금의 삶을 있게 한 자기만의 사연과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말도 안 되는 사연 한 가지쯤은 있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평범한 삶이며, 또 그런 평범한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들이 죽기 전에 가장 아쉬워한 것 중 하나는 몸이었다고 한다. 달릴 때 느끼는 다리의 감각, 맨몸에 닿는 물의 느낌, 아기 머리에서 맡았던 냄새, 그리고 온 몸으로 세상과 만나는 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했다. “다시 젊어진다면요? 당연히 춤을 추겠어요!”라고.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다.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당장 노력하세요. 미루지 마세요. 기다린다고 해서 더 쉬워지지 않을 것이며 남은 시간은 짧으니까.”(271p)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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