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사 도구 중 하나로, 전 세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젓가락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사 도구 중 하나로, 전 세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젓가락 / Q.에드워드 왕 지음, 김병순 옮김 / 따비

손, 포크와 나이프·숟가락, 그리고 젓가락. 음식사가들이 ‘광범위’하게 음식 문화권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중 마지막, ‘젓가락 문화권’은 세계 인구의 30%에 해당한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베트남인 등이다. “오늘날 1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날마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사람들이 언제, 왜 젓가락을 쓰기 시작했으며 어떻게 식습관으로 굳어졌는지 톺아본다. 저자는 중국 출신이며 현재 미국 로완대 역사학과 교수다. 책은 영어로 쓰인 최초의 젓가락 연구 결과이자 ‘동아시아 5000년 음식 문화를 집어 올린 도구’라는 부제가 나타내듯 젓가락이 형성시킨 음식·식탁 문화까지 살핀 역사 문화서이기도 하다.

지렛대의 원리를 적용, 사람의 손을 연장한 것과 같은 젓가락은 중국 전국 시대에 처음 발명됐다. 숟가락과 뜨거운 경합을 펼쳤으나, 이제는 명백히 우위에 있다. 젓가락은 대다수 아시아 나라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한국, 일본, 베트남을 ‘젓가락 문화권’으로 묶었다. 책은 이 세 지역에서 젓가락이 도입된 배경과 시기, 그 영향력 정도를 비교할 뿐만 아니라 길이나 놓는 방식 등 사용 방법과 예절, 풍습까지 아우른다. 특히, 조선 문신 윤국형이 17세기 초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중국인들이 숟가락을 쓰지 않고 젓가락만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일화가 흥미롭다. 저자는 왜 유교 기원지인 중국에서 유교 경전의 식사 예법을 따르지 않았는지, 또 윤국형은 왜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 상세히 서술한다. “곡물 음식이든, 곡물이 아닌 음식이든 그것을 집어 먹을 때 젓가락을 쓰는 것은 17세기 중국에서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중략) 남중국에서는 쌀이 주곡이었고 쌀밥은 얇게 썬 고기와 채소처럼 덩어리로 집어 나를 수 있어서, 오래전부터 남중국 사람들은 편리함과 경제적 이유로 식사할 때 젓가락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양반이 젓가락으로 밥을 떠먹는 것은 위엄이 서지 않고 품위 없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윤국형이 명나라에 가서 중국인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말문이 막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젓가락이 중국에서 시작됐기에, 책은 자연스럽게 중국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됐다. 저자는 4~5세 무렵부터 가정교육으로서 젓가락질을 배운, 지극히 평범한 중국인 중 한 사람이다. 이는 대개 한국인이나 일본인도 경험할 수 있는 일인데, 저자 역시 “내가 만난 대다수 일본인, 베트남인, 한국인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젓가락을 잡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들도 어렸을 때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걸까?”라며 놀라움과 호기심을 드러낸다.

책은 젓가락의 밥상 위 존재가치뿐 아니라 문인이나 시인들로부터 은유와 상징으로 사랑받았던 점, 중국에서 점을 칠 때 사용했던 사실, ‘부부 젓가락’ 등이 일본에서 인기 선물이 된 배경까지 짚어내며 끊임없이 ‘도구’ 이상의 의미를 찾는다. 무엇보다, 아시안 푸드가 세계로 확장되며 늘어난 일회용 나무젓가락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데, 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해마다 약 570억 쌍의 일회용 젓가락을 제조하기 위해서 약 380만 그루가 벌목되며 절반이 중국에서, 나머지 절반 중 77%가 일본, 21%가 한국에서 쓰인다고 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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