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51) ㈜용원골프클럽 대표이사 부회장은 국내 골프장 CEO 중에서도 손꼽힐 만한 골프 기량을 자랑한다. 최 부회장은 최희승(86) 무학그룹 명예회장의 넷째이자 막내아들로 1993년부터 골프장 경영에 뛰어들었다. 최 부회장은 부친으로부터 골프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그의 부친은 지금도 드라이버 샷 거리를 늘리기 위해 연습장을 찾아다니고, 주 3일 라운드를 즐긴다. 그리고 세 번 중 한 번은 ‘에이지 슈터’가 된다.
지난 20일 개장 1주일을 맞이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아라미르골프장에서 최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14일 개장한 아라코스 18홀 외에 오는 8월 미르코스 18홀도 추가로 문을 연다”고 설명했다. 우리말 아라(바다)와 미르(용)를 합친 골프장 이름처럼 이곳은 전형적인 바닷가 링크스 타입 코스다. 아라미르골프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용원골프장(27홀)을 포함하면 총 63홀 규모. 부산·경남권에서는 최다 홀을 보유한 골프장 기업이다.
최 부회장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USC)에서 마케팅을 공부하던 1991년 골프를 배웠다. 우연히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LA오픈(현 제네시스오픈)에 갤러리로 참여했고, 우승자 프레드 커플스에게 반해 골프를 시작했다. 최 부회장은 “커플스가 입던 옷에서부터 클럽까지 똑같은 것을 산 뒤 곧바로 연습장에 가 골프채를 휘둘렀다”며 “하루 1000개씩 3개월을 독학했고 수업이 없는 날에는 집 근처 20달러짜리 퍼블릭골프장에 혼자 나가 그곳에서 처음 만난 현지인들과 어울렸다”고 말했다.
그때 최 부회장에게 마침 기분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부친으로부터 “골프장을 곧 조성할 예정이니 미국에서 골프를 공부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다. 최 부회장은 USC를 졸업한 뒤 ‘골프사관학교’로 불리는 샌디에이고 골프아카데미에 입학했다. 2년 과정의 골프장 경영 및 마케팅을 6개월 만에 속성으로 마쳤다. 수업뿐 아니라 골프 기량도 일취월장했다. 당시 퍼시먼 클럽으로 이븐파를 쳤을 정도.
그는 1993년 귀국한 뒤 용원골프장에 입사했고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CEO 자리에 올랐다. 지금까지 24년 동안 골프장에 근무하며 한 우물을 판 결실. 내장객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용원골프장은 최근 3년간 전국 골프장 중 내장객 순위 1∼3위를 휩쓸었다. 겨울에도 눈이 거의 없는 온화한 기후, 부산 등 인근 도시에서 30분이면 닿는 뛰어난 접근성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야간개장을 연간 6개월 이상 유지하면서 지난해엔 1위(내장객 15만6000명)를 차지했다. 1800계좌의 회원권을 분양했지만, 회원 만족도 역시 높은 편. 주말에 ‘회원 데이’를 운영해 회원 예약률을 높인 덕분이다.
최 부회장은 8년 전 경남개발공사가 발주한 웅동지구 매립지 개발 사업권 입찰에서 10개 기업을 따돌리고 36홀 골프장 사업권을 따내 ㈜진해오션리조트를 출범했다. 아라미르골프장 신규 건설 사업 시행 초기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던 STX그룹이 좌초돼 위기를 맞았지만, 외국 자본 유치로 본궤도에 올려놨다. 지금까지 투입된 총공사비는 부지 임차료를 포함해 2000억 원이 넘는다. 임차 기간 30년에 한 차례 20년을 추가할 수 있다. 이곳에 골프장은 물론 호텔 및 최고급 빌리지를 지어 복합레저타운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새로 문을 연 아라미르골프장은 36홀 퍼블릭으로 운영되기에 용원골프장은 계속 회원제로 남아 ‘명문’ 골프장으로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부친께선 52년째 지역사회에서 튼실한 향토기업을 운영하신다”면서 “‘잘되겠다’는 욕심보다 부친이 이뤄 놓은 명성에 흠집을 내지 말자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미국에서 골프에 입문한 지 2년여 만에 프로에 버금가는 ‘스크래치(이븐파) 골퍼’ 수준으로 실력을 끌어올렸다. 최 부회장의 베스트는 4언더파 68타. 4언더파를 지금까지 8차례나 남겼다. 그는 “4년 전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오픈 프로암에서 홍순상 프로와 동반해 4언더파를 챙긴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물론 프로는 ‘블랙 티’에서, 최 부회장은 이보다 10∼20m 앞의 ‘블루 티’에서 쳤다. 최 부회장이 보기 2개에 버디 6개를 낚자 버디를 1개도 잡지 못했던 홍순상은 입을 다물지 못했단다.
최 부회장은 프로암 출전 경험이 많다. 지난해 1월 하와이에서 열린 PGA투어 현대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프로암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제이슨 데이(호주)와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최 부회장은 “세계 최고의 선수와 플레이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긴장했었다”면서 “긴장한 탓에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IA클래식에서 전반에는 전인지, 후반에는 박성현과 9홀씩 동반했다. 최 부회장은 “드라이버 샷으로 250m 이상 보내 웬만한 여자 프로들을 능가했지만 박성현만큼은 예외였다”며 “박성현의 티샷은 나보다 늘 10m 이상 더 날아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뽑아낸 적이 있고 ‘사이클 버디’를 4차례, 이글을 70회 이상 남겼다. 하지만 홀인원 경험은 딱 한 번뿐이다. 3년 전 경기 고양시 뉴코리아골프장에서 작성했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과 방송인 강호동 등과 5인 플레이를 하던 중이었다. 인코스 6번 홀(파3·165m)에서 6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골프 입문 25년 만에 첫 홀인원의 기쁨을 안았다. 홀인원이 나오자 일행은 남은 3개 홀을 포기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축하연을 벌였다.
창원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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