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26일 아침 일찍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 밀집해 있는 각종 공무원시험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26일 아침 일찍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 밀집해 있는 각종 공무원시험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직장인 59% “공시 준비 의향”
준비 이유 60%가 “정년 보장”
활력 잃은 사회로 퇴보 가능성

“5년간 17兆로 가능” 밝혔지만
“호봉·퇴직연금 고려안해” 지적
재원 조달 로드맵 확실히 해야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 공약 실현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실제 올 하반기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선발키로 하면서 공시생들이 몰려 있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 광풍이 몰고 올 부정적 측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취업 문이 확대되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국가 재정 부담과 정책 지속 가능성, 취업 다양성, 창의와 도전 외면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6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 로드맵을 6월 중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동안 국민의 안전·치안·복지와 관련한 공무원 17만4000명과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34만 명,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및 공공부문 간접 근로자의 직접 고용 30만 명 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취업시장은 공시족이 대거 몰려드는 양상이다. 직장인들까지 공시족에 가세할 형국이다. 실제, YBM 한국 TOEIC 위원회가 최근 대학생과 직장인 64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8.5%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의향이 있거나 이미 준비 중’인 것으로 답했다. 이미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14.8%, 준비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43.7%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로 취업을 넓혀 가지 못하고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는 현상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회의 우수인력이 창의와 혁신으로 경쟁하는 민간부문을 외면하고 정년이 보장되는 공직으로만 지나치게 쏠릴 경우 자칫 ‘활력’을 잃은 사회로 퇴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YBM 설문조사에서도 공무원 시험 준비 이유로 ‘정년 보장’이 59.8%, ‘복지제도·근무환경이 좋아서’라는 응답자(복수 응답)가 49.8%로 나타났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지급하는 공무원을 일자리 창출의 중심에 둘 경우 엄청난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81만 개 자리 중 공무원은 17만4000명뿐이고 나머지 64만 명은 공공기관 재원 마련으로 충당할 수 있으며 5년간 17조 원 정도면 시행 가능하다”고 밝혔을 때도 경쟁자들로부터 재원 방안이 불확실한 공약으로 공격받은 바 있다.

해마다 상승하는 호봉 등 ‘유지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이들 ‘철밥통’ 공무원이 퇴직 후 받게 될 고액의 공무원연금까지 생각하면 국가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국민이 이렇게 늘어난 공무원들을 퇴직 이후까지 먹여 살려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난 이후 다음 정권에서도 정책이 지속 가능한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공무원은 대국민 서비스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 뽑는 것이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뽑는다는 건 일자리 정책과 복지 차원의 정책을 혼동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세수를 얼마로 확대할 것인지, 국가 부채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져갈 것인지 등 재원 조달에 대한 로드맵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