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재부 ‘누리예산’ 충돌
국정기획위 - 부처간 마찰도
9년만에 정권교체 현장 혼란


새 정부 공약을 정책으로 만드는 과정 곳곳에서 부처 대 부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 개별 부처 간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1개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대선 공약을 한 달 남짓한 사이에 100개의 국정과제로 압축하는 작업인 데다, 9년 만에 정치적 성향이 다른 정권이 들어서다 보니 기존 노선과 180도 다른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관료들의 혼란도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정책 갈등이 가장 먼저 표출된 곳은 지난해 겨우 봉합됐던 어린이집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이다. 교육부가 25일 “내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국고에서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는 국정기획위 브리핑이 발단이었다.

기획재정부는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는 지난해 여야 합의문을 ‘매년 국고 8600억 원씩 3년간 지원한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전액 국고 지원이 공약이긴 하지만, 최종 공약으로 가다듬는 과정이 남아 있는 것 아니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원을 누가 대느냐를 놓고 중앙과 지방 정부 사이에 마찰이 끊이지 않자 국회와 정부는 극적 타협 끝에 누리과정에만 써야 하는 3년 한시의 돈주머니(누리과정 특별회계)를 따로 만들었다. 총 4조 원으로 유치원용 예산 2조 원은 기존과 같이 지방교육청이 조달하고, 어린이집용 2조 원 중 45%(8600억 원)는 중앙정부가, 나머지는 지방교육청이 낸다는 게 골자다. 당시 45%라는 국고 지원 비중이 2017년분에만 합의되고 2018∼2019년의 경우 명확하지 않아 불씨가 남아 있었다.

정권 색채가 확 바뀌다 보니 개별 부처와 국정기획위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도 있다. 공약 중 하나인 노동이사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24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기재부는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여를 의무화할 경우 방만 경영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아직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부조직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중소기업청 등 ‘수술대’ 위에 오른 부처 간 물밑 신경전도 치열하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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