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 美정부에 맞서야”
“트럼프, 메르켈에 창피주려해
브뤼셀에서 독재자처럼 행동”
사민당 대표 등도 비판 가세
9월 총선 앞두고 쟁점 부각
메르켈, 분열조짐에 한발 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이어서 이번에는 지그마어 가브리엘(왼쪽 사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마르틴 슐츠(오른쪽) 사민당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1949년 4월 체결한 대서양 동맹을 당장 깨자는 것은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하는 ‘미국 우선주의’에 유럽의 맹주인 독일은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브리엘 장관은 29일 베를린에서 열린 난민·이주민 관련 라운드테이블 토론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은 유럽연합(EU) 이익에 반한다”면서 “(트럼프 정부 때문에) 서구는 더 작아지게 됐으며, 최소한 더 약해졌다”고 비판을 퍼부었다. 특히 그는 지난 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타오르미나에서 폐막한 이탈리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심각한 갈등이 노출된 것과 관련해 “G7 정상회의의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세계권력관계 변화의 신호”라고 언급했다.
독일의 대연정 소수당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인 가브리엘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 참여를 확약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으로 파악된다. 또 벨기에 브뤼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23개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가브리엘 장관은 “트럼프 정부는 분쟁지역에서 군사행동을 강화하며 특정 종교 집단의 미국 입국을 막으려 하고 있다”며 “유럽인들이 맞서지 않으면 유럽으로 들어오는 이주민의 수는 계속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123조 원 규모 무기판매에 대해서도 “분쟁지역에 더 많은 무기를 팔면서 유럽의 평화를 위기에 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EU와의 관계가 심각한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집권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슐츠 대표도 트럼프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열린 브뤼셀 나토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창피를 주려했다”면서 “트럼프는 독재자처럼 행동했다”고 29일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독일 간의 통상 불균형 문제를 거론하며 “독일은 매우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대서양 동맹의 균열 상황은 경계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독·미 관계는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튼튼한 기둥이며 독일은 관계를 강화하려고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언론에서는 전일 메르켈 총리의 “미국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발언과 관련해 ‘9월 총선을 앞둔 단순한 선거전략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노선 변경의 신호탄인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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