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245일간의 도피생활을 마치고 30일 오후(한국시간 31일 오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해 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245일간의 도피생활을 마치고 30일 오후(한국시간 31일 오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해 있다.
- 불안한 귀국길 정유라… 국정농단 수사 2막 열리나

맨 뒤 두번째 줄 창가에 착석
호송팀이 에워싸고 접근 차단

‘럭비공’같은 鄭 폭탄발언땐
국정농단 재수사 여부 촉각

최순실, 체포소식에 심리불안
변호인 “괴롭힘 당할까 걱정”
딸 송환날 학사非理 구형받아

特檢 협조 장시호 내달 석방
朴, 이영선 재판에 강제구인

31일 오전 검찰이 최순실(61) 씨의 딸 정유라(21) 씨를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체포하며 향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의 2막이 열릴지를 결정하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체포영장 시한인 48시간 동안 정 씨의 입에서 의미 있는 진술이 나올 경우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 추가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밀한 강제송환·체포 작전 = 정 씨의 국내 송환 시점이 확정된 뒤 검찰은 검사 1명과 여성 수사관 1명이 포함된 5명의 송환팀을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급파했다. 한국으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비행기 탑승구에서 덴마크 경찰로부터 정 씨의 신병을 인도받은 송환팀은 암스테르담 공항에 기착한 인천행 대한항공 KE926편 기내에서 정 씨를 체포했다. 호송팀은 항공사 측의 협조를 얻어 정 씨를 맨 뒤에서 두 번째 줄 창가 좌석에 앉히고, 호송팀 요원들이 주변에 앉아 정 씨를 에워쌌다. 정 씨의 신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취재진과 일반인의 접근도 최대한 막았다. 정 씨는 기내에서 피곤한 듯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일반 승객들과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의 강제 송환은 덴마크·네덜란드 사법당국은 물론 외교부, 경찰청,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의 협조 속에 신속하게 진행됐다. 한국·덴마크 간 범죄인 인도 절차가 성사된 첫 사례다.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 이뤄지나 = 검찰은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정 씨를 압송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라고 밝힌 상황에서 정 씨에 대한 조사가 국정농단 2막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이 정 씨에 대한 조사를 삼성 뇌물 수사를 맡았던 특수1부(부장 이원석)와 최씨 일가의 해외 은닉재산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에 맡긴 배경에도 재수사 가능성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 씨는 최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적지 않게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그가 조사 과정에서 내놓는 진술이 새로운 수사의 단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최순실 씨 일가의 은닉재산 의혹에 관해 알고 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 씨의 측근이었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정 씨를 ‘럭비공’에 비유한 것처럼 정 씨가 거리낌 없이 국정농단 사건 관련 진술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가 이뤄질 경우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의 국정 농단 개입, 최 씨 비호 여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의혹 등이 우선적인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씨 일가의 은닉재산, ‘정윤회 문건’ 사건도 수사 가능성이 열려있다.

◇석방되는 장시호·불안한 최순실·강제구인되는 박근혜 = 정 씨의 체포로 최 씨의 심경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최 씨 측 변호인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기관에서 딸을 또 괴롭히겠다 싶어 최 씨가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수사해 달라는 게 최 씨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최근 재판에서 딸 정 씨를 적극 비호하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공교롭게 정 씨가 입국할 즈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수정) 심리로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에 대한 최순실 씨의 결심 공판이 진행된다. 최 씨에 대한 구형이 내려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정 씨의 사촌 언니인 장시호 씨는 조만간 석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7일이 구속기한 만료일인데, 검찰은 장 씨에 대해 추가 기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이날 ‘비선진료 방조’ 의혹으로 재판받는 이영선(37) 전 청와대 경호관의 재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라는 강제구인장이 발부됐다.

민병기·정철순·김리안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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