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름을 딴 드라마가 있다. 바로 케이블채널 tvN의 ‘시카고 타자기’다. 어느 날 주인공인 한세주(유아인) 작가에게 시카고에서 타자기가 배송되면서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한세주는 전생에 작가로 위장하면서 무장독립투쟁을 하던 서휘영이었고, 타자기는 바로 그의 것이었다. 타자기에 봉인됐던 독립투쟁 동지 신율(고경표)의 영도 한세주의 집에서 깨어난다. 이들이 동시에 사랑한 동지가 있었다. 바로 저격 담당인 류수현(임수정). 그가 즐겨 썼던 총이 시카고 타자기였다. 시카고 타자기는 이들이 청춘을 바쳤던 무장독립투쟁을 상징한다.
류수현은 현생에서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한세주 작가의 열혈팬이다. 이 작품은 전설과 까다로운 한세주의 밀고 당기는 로맨틱 코미디인 것처럼 가볍게 시작했다. 현생에 깨어난 신율도 전설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판타지 삼각 멜로처럼 보이기도 했다.
유아인이 왜 이런 작품을 선택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유아인은 군대 문제로 최근 조금 난처한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도 ‘놓칠 수 없는 작품’이라며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 그런 작품이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라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과거사 비중이 커지면서 왜 이 작품이 유아인에게 특별했는지가 드러났다. ‘시카고 타자기’는 독립투사들의 역사를 복원하면서, 우리 현생의 의미를 묻는다. 극 속에서 봉인된 전생의 기억처럼 근대의 기억도 우리 공동체에서 거의 잠든 상태다. 외국 대중문화계는 근대 시기를 끊임없이 재조명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의 근대는 일제강점기이기 때문이다. 어둡고 우울해서 그동안 외면해왔다.
한세주는 과거를 떠올리자는 신율에게 “현생의 삶도 이렇게 지치고 피곤한데, 내가 왜 전생의 삶까지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데. 그걸 알아서 현생에 어떤 도움이 되는데?”라고 묻는다. 그랬던 한세주가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극은 시청자에게 역사의 엄중함을 말한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부패되고, 치죄되지 않은 잘못은 반복됩니다”는 신율의 말을 통해 근대를 정확히 정리해야 올바른 현대가 열린다고 강조한다.
현대의 광화문 앞에서 신율은 감격한다. 조국이 해방됐기 때문이다. “바칠 게 청춘밖에 없어서… 수많은 젊음이 별처럼 사라졌는데… 해냈네요, 우리가.” 이 작품은 이렇게 그들의 희생을 이야기한다. 독립투사들이 목숨 바쳐 후손들에게 물려주려 했던 해방된 조국에서의 일상을,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시카고 타자기’가 던지는 물음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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