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남북한 관계는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통일을 이루고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세계 유일의 유엔 지정 공원인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국제협력실장으로 10년간 근무한 캐나다인 레오 드메이의 사부곡이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는 “6·25전쟁 전사자인 아버지는 제가 오늘까지만 출근한다는 걸 알고 계실 것”이라며 “‘그래, 잘 가거라’는 대답도 하셨다”고 말했다.
드메이는 1952년 9월 5일 35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앙드레 레짐발드의 아들이다. 고인은 유엔기념공원에 영면해 있다. 드메이는 아버지가 전사할 당시 태아였는데 젖먹이 때 입양됐다가 50여 년이 지난 2007년 유엔기념공원에 오게 돼 부친을 처음 만났다. 그는 “아버지 앞에 꽃을 놓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그는 아예 부산에 머물렀다. 영어 강사 생활을 하며 일주일에 두어 번씩 아버지를 만나러 유엔기념공원에 오다 지인의 소개로 2008년 8월부터 유엔기념공원에서 일하게 됐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아버지 곁에 머물고 싶어 유엔기념공원에서 보낸 시간이 어느덧 10년이나 됐다.
31일 근무를 마지막으로 유엔기념공원을 떠나는 드메이는 “명성을 얻거나 돈을 벌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며 “매일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와의 이별에 대해 “아버지는 부산에도 계시고 내 마음속에도 계시기에 내가 부산이 아닌 그 어디에 있어도 이제는 괜찮다”며 웃었다.
그는 유엔기념공원의 상징적 인물로 통한다. 회의 자료를 만들고 세계 각국의 방문자에게 유엔기념공원을 소개하느라 바쁘고 때로는 힘든 날도 있었지만 기일을 맞은 참전용사 묘를 찾아가 고인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비슷한 또래의 주차 관리요원들과 서툰 한국어 인사를 건네며 같이 담배를 피우는 동네 아저씨이기도 하다. 그는 유엔기념공원을 떠나 가족과 보름간의 휴가를 보내고 캐나다로 돌아간다. 그는 “캐나다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이 보고 싶어 힘들었지만 매일 아침 아버지께 문안 인사를 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며 “그동안 아들의 도리를 어느 정도 했기에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 친구들과 남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몸은 떠나도 마음은 여전히 한국에 있기에 일 년에 두어 번 정도는 한국에 와서 지인들과 맥주를 마시고 삼겹살과 닭갈비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유엔기념공원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6·25전쟁 이야기를 담아 2013년 11월 발간한 책인 ‘워 리플’을 소개하거나 한국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강연을 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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