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왼쪽 위), 도지민 부부가 이제는 완쾌된 상윤이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도지민 씨 제공
김정수(왼쪽 위), 도지민 부부가 이제는 완쾌된 상윤이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도지민 씨 제공
‘아픈 아이들’ 돕는 김정수·도지민 부부

17시간을 고생해 낳은 아이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흡입기까지 동원해 빼내 보려 했지만, 아기는 엄마 배 속에서 제때 나오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했다. 고사리손을 움켜쥐며 살아보겠다고 바둥대는 핏덩어리 아기를 엄마는 제대로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보내야 했다. ‘둔위’(태아 엉덩이나 다리가 머리보다 아래쪽에 있는 것, ‘역아’라고도 함) 상태였던 아기는 그렇게 이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생사’를 넘나드는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아이의 고통을 지켜본 부모라면 ‘창자(애)를 끊는’ 듯한 그 심정을 알 것이다. 부모로서 아이의 고통을 나누지 못하고 그저 옆에서 무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 그 고통.

김정수(37)·도지민(32) 부부는 간절히 기도했다. 머리가 위를 향한 아기는 양수와 태변을 뱉어내지 못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아기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곧바로 대학병원 인큐베이터로 옮겨져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수혈까지 받아야만 했다. 숨을 쉬지 못하는 아기의 고통을 엄마는 제대로 지켜볼 수조차 없었다. 엄마 또한 출산 당시 절개했던 회음부 근육이 모두 끊어져 곧바로 수술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저체온 요법까지 동원됐지만 아기의 상태는 생후 20여 일간 호전되지 않았다. 자가호흡을 하지 못해 일주일가량을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야 했고, 엄마 품에 안겨 모유도 먹지 못했다. 아기는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은 지 일주일 만에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엄마는 펑펑 울었다. 자기 품에 안겨 포근히 잠들어야 할 아기가 차디찬 인큐베이터 바닥에서 애처롭게 엄마를 바라보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기의 회복을 바라며 부부는 두 손을 맞잡고 굳게 결심했다. 아기가 나으면 자신들의 아기처럼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주겠다고.

‘고통의 1년’이 지나고 상윤이는 이제 건강을 되찾았다. 상윤이가 첫돌을 맞았던 지난 5월 16일, 부부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무실을 찾았다. 그리고 상윤이의 돌잔치 비용 100만 원을 “아픈 아이들을 후원하는 데 써달라”며 기부했다.

“결혼한 지 1년 정도 됐을 때, 계획임신으로 상윤이를 갖게 됐어요. 계획하고 바로 갖게 돼 우리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아이였죠. 아이가 아플 때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상윤이가 건강하게 되면 아픈 아이들을 꼭 후원하자고요.”

도 씨는 3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원금을 내게 된 사연을 담담히 얘기했다. 젊은 부부에게 있어 첫 아이의 첫 돌잔치는 인생에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잔치’다. 그런 잔칫상을 기꺼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 바친 부부의 마음은, 아이가 아팠던 기억을 갖고 있는 부모라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결심이었다. 부자들에게 돈 100만 원은 큰돈이 아니겠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그 어떤 ‘천금’보다 값진 돈이다.

“상윤이도 태어났을 때 안 좋은 상황이었잖아요. 아이가 아프니 관련 기사를 계속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언론에서 아픈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 아이 같아서 마음이 매우 아팠어요. 안타깝고, 남의 일 같지가 않았죠. 우선은 해외 아동보다 국내에 있는 아픈 아이들을 돕고 싶어서 후원하게 된 겁니다.”

도 씨는 기회가 되면 앞으로도 계속 후원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후원금만큼은 못하겠죠. 넉넉하게 사는 형편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남편과 상윤이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후원활동을 해 보자고 약속했어요. 이런 후원활동은 물질적인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