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왼쪽) 교사가 학교 인근 요양원을 방문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윤정현 교사 제공
윤정현(왼쪽) 교사가 학교 인근 요양원을 방문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윤정현 교사 제공
윤정현 삼도초등학교 교사

“시골의 작은 농어촌 학교 학생들은 교육청이나 외부의 지원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늘 받기만 하고 수동적이 되면서 남에게 베풀지를 못해 ‘봉사’라는 것을 어렵게 생각합니다.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광주광역시 광산구 용진로에 있는 삼도초등학교는 대형마트에 가려면 10㎞가량을 나가야 하는 농촌 학교다. 3년 전만 해도 40명 안팎이었던 전교생은 이제 30명 수준으로 줄었다. 인근에 새로 들어서는 신도시 선운지구로 사람들이 점차 떠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 윤정현(41) 교사가 부임해 온 때는 바로 아이들이 한창 선운지구로 빠져나가던 2015년이었다. 당시 학교는 위기였다. 학생들이 점점 줄어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자칫 학교가 폐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양한 대책들이 쏟아졌다.

윤 교사는 사물놀이 동아리 창단을 학교 측에 요청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에서 풍물패 동아리 활동을 했던 윤 교사는 부임하는 학교마다 사물놀이반 설립을 주도해 왔다.

“사물놀이반을 만드는 것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경험과 나눔의 경험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도 좋은 생각이라며 적극 지원해 줬습니다. 3~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모집했는데, 첫해에는 22명이 지원해서 큰 규모로 시작할 수 있었죠.”

막상 사물놀이반을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환경은 열악했다. 지원금도 거의 없어 윤 교사가 사비를 털어 아이들 간식비를 대기 일쑤였다. 다행히 학교에는 예전에 국악반이 있었던 터라 가야금 등 일부 악기들이 남아 있었다. 먼지가 쌓인 악기들을 꺼내 수리하고 다듬어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북, 장구 한 번 제대로 쳐 본 적 없는 어린아이들에게 장단이 맞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윤 교사는 방과후에 한 명 한 명, 아이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실력이 쌓아져 가던 즈음, 윤 교사는 사물놀이 공연을 단순히 교내 행사가 아니라 재능기부를 통해 인근의 어르신들과 흥겨움을 나누면 어떨까 생각했다. 나눔의 즐거움과 교훈을 아이들에게 직접 느껴 보도록 해 주고 싶은 생각의 결과였다.

“사물놀이반을 만들고 나서 7개월간 연습했어요. 물론, 아이들이 다들 열심히 따라와 줬죠. 토요일에도 나와 상모를 돌리는 아이도 있고,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어요. 원래는 교내 행사 등에서 공연하는 정도로 생각했다가 아이들에게 기부와 봉사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어 재능 기부를 생각하게 된 겁니다.”

그해 10월 삼도초 사물놀이반은 인근 요양원에서 첫 재능기부 활동을 했다. 요양 중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첫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요양원 어르신들은 다음에 또 와달라고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연주를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공연하고 나서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해 주시니까 감동을 받고 자신감을 얻은 것이죠. 그러니 자연스럽게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도 더 갖게 되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대신 윤 교사는 더욱 바빠지게 됐다. 본래의 업무는 업무대로 처리해야 하고, 이런 자원봉사 활동 업무는 그 업무대로 혼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 교사는 지난해의 경우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후 10∼11시에 퇴근한 날도 많다고 한다.

윤 교사는 사물놀이반뿐 아니라 학생들의 자치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회 운영이 주먹구구식으로 돼 있는 것을 보고는 전교생이 다 모여 스스로 학교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학생 다모임’을 만들었다.

“전교생이 40명이 안 되다 보니 학생회 간부라고 모여 봐야 5∼6명 정도예요.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앉아서 토론은 하지 않고 대충 회의만 끝내고 마는 거예요. 그러지 말고, 전교생이 다 한곳에 모여 아이들이 스스로 정한 주제를 갖고 토론해 보도록 자리를 마련했어요. 그랬더니 아이디어들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거예요.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성숙한 토론문화 등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죠.”

윤 교사는 아이들의 창의적인 사고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겸양을 가르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아이들과 함께 사물놀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