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1차관, 4大원칙 소개하며
北태도 변화 이끌 ‘평화’ 강조

통일부, 6·15 對北접촉 승인
차관에 ‘남북회담 전문’ 천해성

美의회조사국은 보고서 통해
韓·美 정책갈등 가능성 제기


대북 제재 기조로 일관해 온 외교부와 통일부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화와 협력 기조로 급격히 방향을 틀고 있다. 이는 미국 등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과 엇갈리는 것이어서 향후 북핵 관련 대응 등에 있어 국제사회와 마찰이 우려된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31일 제주포럼 만찬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평화 △책임 △협력 △민주 등 4대 외교·안보 원칙을 중심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대 원칙을 소개하며 특히 ‘평화’ 원칙의 경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북한이 태도를 변화하고 역사의 올바른 편으로 올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향후 대북 관련 외교 정책이 유화책으로의 전환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외교부가 박근혜 정부 당시 외교력을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 집중해왔던 부처였던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방향 전환이다.

통일부의 방향 전환은 더욱 빠르다. 지난달 26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박근혜 정부 당시 대북 정책이 제재·압박 위주로 흐른 점을 반성한 통일부는 잇따라 대북 유화책을 주도하고 있다. 통일부는 31일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대북 접촉 신청을 9년 만에 승인했다. 이번 대북 접촉 승인은 새 정부 들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북접촉 승인에 이어 두 번째다. 문재인 정부 첫 통일부 차관에 대표적인 ‘대북 온건파’이자 남북회담 베테랑으로 꼽히는 천해성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이 임명되면서 통일부의 대북 정책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권 교체와 함께 이뤄지는 급격한 대북 정책 변화가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보조를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 정부와 달리 미국과 일본 등 국제 사회는 아직 대북제재 필요성에 공감대를 갖고 있어서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3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미국, 중국이 현재 새로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추진해야 할 시점을 의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독자 대북제재에 나서는 것 외에도 중국의 적극적인 제재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 의회조사국(CRS)도 최근 ‘한미 관계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 등에 나설 경우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접근법인 ‘최대의 압박’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위주의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정권 바뀌었다고 갑자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유진·박정경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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