手記로 작성하면 암호화 안돼
택배 발송 시 운송장을 수기(手記)로 작성하면 이름·주소·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택배업체가 신상 정보 일부를 암호화하거나 안심번호를 이용하는 등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발신인이 운송장을 전산으로 작성한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아 택배 기사를 불러 손글씨로 운송장을 쓰는 노인들의 경우, 발신인인 자신과 택배를 받는 자녀들의 개인정보까지 고스란히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김모(30) 씨는 지난달 26일 퇴근 후 자신에게 온 택배를 보관함에서 발견하고는 두 눈을 의심했다. 김 씨의 이름·주소·휴대전화 번호가 수기로 작성된 운송장이 택배에 그대로 부착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1일 “지방에 사는 부모님이 생필품 등을 보내는 일이 많은데, 인터넷에 익숙지 않아 매번 택배 기사를 불러 직접 운송장을 작성한다”며 “전산 운송장은 개인정보가 암호화된다는데, 손으로 썼다고 신상정보를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동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박모(27) 씨도 “오피스텔 주민 대부분이 1인 가구라 택배를 직접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며 “오가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 수기 송장이 부착된 택배가 장기간 방치되면 그대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수기 운송장 택배도 암호화된 전산 송장을 다시 만들어, 수령인이 부재 중일 때는 송장을 새로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정보 2차 유출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적어도 수기 운송장 택배는 잠금장치가 달려 남들이 열어볼 수 없는 ‘무인 택배함’에 넣고, 신상정보가 암호화된 택배는 일반 택배함에 두는 식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수기 운송장 택배는 아마 전체의 5%도 안 될 것”이라며 “시간에 쫓기는 택배 배송을 하면서 수기 운송장 택배만 따로 처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통합물류학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년간 국내 택배 서비스 물류 총량은 18억1596만 상자로, 하루 평균 약 498만 상자였다.
이런 가운데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10월 개인정보 등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편법 시행령’에 아파트·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의 경우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에 우편물 배달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하는 우편물 배달 특례조항 신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경비원의 본래 업무 외의 일을 법으로 강제해선 안 되며, 분실이나 파손 시 주민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국토교통부 등의 반론이 받아들여져 지난 4월 최종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택배 발송 시 운송장을 수기(手記)로 작성하면 이름·주소·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택배업체가 신상 정보 일부를 암호화하거나 안심번호를 이용하는 등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발신인이 운송장을 전산으로 작성한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아 택배 기사를 불러 손글씨로 운송장을 쓰는 노인들의 경우, 발신인인 자신과 택배를 받는 자녀들의 개인정보까지 고스란히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김모(30) 씨는 지난달 26일 퇴근 후 자신에게 온 택배를 보관함에서 발견하고는 두 눈을 의심했다. 김 씨의 이름·주소·휴대전화 번호가 수기로 작성된 운송장이 택배에 그대로 부착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1일 “지방에 사는 부모님이 생필품 등을 보내는 일이 많은데, 인터넷에 익숙지 않아 매번 택배 기사를 불러 직접 운송장을 작성한다”며 “전산 운송장은 개인정보가 암호화된다는데, 손으로 썼다고 신상정보를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동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박모(27) 씨도 “오피스텔 주민 대부분이 1인 가구라 택배를 직접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며 “오가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 수기 송장이 부착된 택배가 장기간 방치되면 그대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수기 운송장 택배도 암호화된 전산 송장을 다시 만들어, 수령인이 부재 중일 때는 송장을 새로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정보 2차 유출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적어도 수기 운송장 택배는 잠금장치가 달려 남들이 열어볼 수 없는 ‘무인 택배함’에 넣고, 신상정보가 암호화된 택배는 일반 택배함에 두는 식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수기 운송장 택배는 아마 전체의 5%도 안 될 것”이라며 “시간에 쫓기는 택배 배송을 하면서 수기 운송장 택배만 따로 처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통합물류학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년간 국내 택배 서비스 물류 총량은 18억1596만 상자로, 하루 평균 약 498만 상자였다.
이런 가운데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10월 개인정보 등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편법 시행령’에 아파트·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의 경우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에 우편물 배달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하는 우편물 배달 특례조항 신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경비원의 본래 업무 외의 일을 법으로 강제해선 안 되며, 분실이나 파손 시 주민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국토교통부 등의 반론이 받아들여져 지난 4월 최종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