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문화의 달’ 홍조근정훈장 받은 이상묵 서울대 교수

“11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를 겪게 되지 않았다면 인생을 헛되게 살 뻔했습니다. 예전에는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사고 이후로 오히려 세상을 더 넓게 보게 됐고, 장애인을 위한 기술 개발과 장애인 과학자 육성 등 중요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상묵(사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일 “과학자들은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기술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날 정보과학 분야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정보화진흥원 주관 제30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해양학을 전공하고 지구과학에만 몰두했던 그가 정보과학기술 분야로 관심을 넓히게 된 건 2006년 미국에서 당한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이 교수는 “나는 참 좋은 시대에 다쳐서 장애를 모르고 산다”며 “모두 정보과학기술 덕분”이라고 웃었다. 그는 장애로 인해 손으로 마우스를 쓸 수 없어 컴퓨터와 연결된 장치를 입으로 불어 커서를 옮겨야 하지만, 여전히 활발한 강연과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지원으로 2010년 서울대 QoLT(Quality of Life Technology·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술) 센터를 설립해 장애인을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당시 그는 정교한 음성인식 기술과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도와줄 수 있는 로봇 기술 등의 연구를 지원하고,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이공계 지식을 가르치기 위한 계산과학연합전공을 신설했다. 지난해부터는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아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 경연대회를 이끌고 있다.

이 교수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며 정보격차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기술만 발전하고 그 과정에서 장애인을 배제한다면 장애인들은 과거보다 더 큰 정보의 차별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의 목표가 ‘제2의 이상묵’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중증 장애인 과학자가 배출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며 “내가 하나의 ‘선례’가 돼서 장애인 교육에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똑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재활이라고 역설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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