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바른사회 사무총장

지난달 31일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원심대로 징역 3년에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과 민주노총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위원장을 사면(赦免)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세균 국회의장 등 정치인 64명과 함께 경찰이 폭력시위를 유발했다면서 한 위원장의 석방을 법원에 탄원했던 점을 고려해 보면, 정의당과 민주노총의 사면 요구는 나름 현실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사면이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국가 형벌권 자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 선고를 받지 않은 자의 공소권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사면한다 하더라도 법리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사면이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점에서 분명한 명분을 가지고 국민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다. 사면권이란 국민이 제정한 헌법(제79조 1항)에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판결문 내용을 보면, 한 위원장은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집회에서 현장 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해 폭력시위를 독려하고 선동해 경찰관 76명을 다치게 하고 경찰 버스 43대를 파손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불법한 폭력시위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때로는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단체가 근로조건이나 취업 규칙이 아닌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폭력시위를 했다면 이는 어떠한 공익이란 이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또한, 한 위원장 측은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와 차벽 설치, 살수차 운용 등이 위법했기 때문에 한 위원장은 무죄”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내용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탄원해 1심에서 선고했던 징역 5년형을 2심에서 3년으로 감형되는 데 크게 작용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결국, 감형만 됐을 뿐 폭력시위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판사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돌아보면 폭력시위가 난무했던 때일수록 국가적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며, 대외신인도 역시 급속히 추락했다.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외국 기관들도 대한민국의 강성 노사 문화에 대한 평가를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 위원장의 실형 선고와 사면 요구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이러한 경험과 국제기관의 평가들을 고려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사면 요구와 때를 같이해 각 노동 단체들의 움직임 또한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병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학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의 철폐를 촉구하며 오는 29일 총파업을 선언했다고 한다.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들 역시 비정규직이 있는 모든 일터에서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노(勞勞) 갈등이 조만간 대대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들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면 요구에 대한 문 대통령의 해법이 매우 중요하다. 문 대통령의 성공적 5년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 원칙은 헌법이 정한 법치주의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길이다. 사면권이 남용되는 순간 또 다른 촛불 민심이 고개를 들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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