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행사에 짬내면 상사들 눈총
30개國중 일·가정 양립 ‘28위’
“엄마랑 자기 싫어. 할머니랑만 잘 거야.”
서울 강서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여·39) 씨는 며칠 전 오랜만에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을 데리고 자려다 속만 상했다. 일곱 살짜리 딸이 “엄마랑 자니까 잠이 안 온다”며 베개를 들고 할머니 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버린 것. 김 씨는 5일 “일 때문에 신생아 때부터 아이를 친정 엄마에게 맡겼더니, (딸이) 나보다 할머니를 더 찾는 것 같다”며 “아이 입장에선 당연히 할머니가 더 좋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더라”고 털어놨다.
우리나라 ‘워킹맘’들은 항상 아이에게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 해주고 있다는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산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직장에서는 아이만 생각하고 일을 소홀히 하는 여성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회사원 조모(여·37) 씨는 아이 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 때문에 상사의 눈총을 받고 있다. 조 씨는 “팀장이 ‘6월에도 애 학교에 찾아가니’라고 묻는데 간이 오그라들더라”며 “상사 눈치가 보이니까 자진해서 야근까지 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에는 학부모 상담과 공개수업, 체육대회 등이 몰려 있다 보니 월차·반차를 쓰거나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아이 학교에 다녀왔는데, 매번 무슨 죄라도 지은 것처럼 부담감을 느껴야 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직장맘지원센터’가 생겨나는 등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을 위한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워킹맘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4월 기준 우리나라 일·가정 양립 지수(10점 만점)는 5.0점으로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28위에 그쳤다. 네덜란드는 9.4점, 미국은 6.2점이었고 일본도 5.4점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또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신혼부부 통계로 살펴본 혼인 1년 후 동태적 변화 분석’에 따르면, 2014년 11월 1일 시점에는 그해 결혼해 첫 아이를 낳은 부부 중 50.8%가 맞벌이였지만 2015년 11월 1일에는 41.2%로 9.6%포인트 떨어졌다. 출산 후 약 1년 사이에 맞벌이를 포기한 여성들이 속출한 것.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사회 인식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세심한 복지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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