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 임원이 회계문서를 조작한 뒤 헐값에 대형 사업장을 공매로 넘기고, 이를 지인이 낙찰받게 해 공제회에 900억 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군인공제회 건설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A(57) 이사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이사는 2015년 초 취임 후 문제가 있는 사업장을 걸러내던 중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시공사가 없어진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를 공매로 넘길 수 있도록 사업 수지표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공제회 직원들은 A 이사의 지시에 따라 사업장 분양가를 3.3㎡당 890만 원에서 830만 원으로 60만 원 낮춰 수입을 줄이고, 공사비는 3.3㎡당 304만 원에서 325만 원으로 14만 원 올리면서 지출을 늘려 악성 사업장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A 이사는 이처럼 조작된 사업 수지표를 들고 이사회에 참석해 공매 외에는 투자금 850억 원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연휴 시작 전날인 같은 해 5월 1일 공고가 떴고 1영업일 이상 간격을 둬야 하는 입찰이 하루에 세 차례나 진행된 점 △매각 예정가격 차감률은 전 차수의 10% 이내여야 하는데 15%, 20%로 들쑥날쑥했던 점 등을 근거로 공매 절차가 비정상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1차 매각 가격이 1404억 원으로 시작했지만, 중견 건설사인 B사가 9차 공매에서 475억 원에 낙찰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이사회에 보고된 해당 사업장 채권액 기준으로 하면 929억 원을 날린 셈”이라며 “A 이사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A 이사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B사 대표 C 씨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두 사람은 같은 건설사 출신으로 종종 모임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 측은 “부실한 채권을 매각하고자 정상적인 공매 절차를 밟았고 이사회 승인까지 받은 사안”이라며 “특정인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