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고르는 기준은 가격부터 브랜드, 주행성능, 연비, 안전성, 편의장치 등 운전자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핵심요소 중 하나는 디자인이다. 차 디자인은 출시 당시 유행을 반영할 뿐 아니라 기술 수준, 생산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심미적으로 멋진 내·외관뿐 아니라 안전성, 운전자 편의, 양산 효율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제품에 비해 한 차원 높은 제품에 대한 이해와 기술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잘 만들어진 차 디자인은 단순히 해당 모델의 성공뿐 아니라 브랜드, 더 나가 자동차시장의 흐름과 판도를 바꾸기도 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도로를 달리는 차의 원형인 내연기관 차는 1800년대 후반 독일에서 발명됐다. 자동차는 차 발명 이전의 대표 교통수단이었던 마차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 수준이었다.
차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이후로는 1930년대 미국 듀센버그 형제를 꼽는다. 당시 자동차산업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대량생산 시스템이 시작되면서 본격 황금기를 맞았다. 디자이너이자 기술자였던 듀센버그 형제는 마차를 기본으로 한 차에 강렬한 디자인 요소를 도입했다.
듀센버그에 이어 차 디자인에 영향을 끼친 인물로는 할리 얼이 있다. 얼은 차 디자인의 선과 형태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음영 없이 펜으로 그리는 라인 드로잉 방식을 시도하고 디자인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클레이(진흙) 모델 제작 방식을 도입했다. 이 방식은 현재까지 차량 디자인에서 필수 과정으로 여겨질 정도로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차 디자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인물들은 피닌파리나 가문과 알렉 이시고니스다. 1930년대 바티스타 피닌파리나가 창업한 디자인 회사 피닌파리나는 직선 형태의 마차 모양에서 벗어나 우아함, 유려함을 상징하는 유럽 차 디자인의 전통을 만들어냈다. 아들인 세르조 피닌파리나는 1960년대 이탈리아 슈퍼카 업체들과 협업해 역사에 남는 명차들을 남기곤 했다.
소형차 디자인의 원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시고니스는 전륜구동(앞바퀴 굴림) 방식, 직렬엔진 탑재 등의 제작 방식을 적립하고 엔진, 기어 박스를 단일구조로 장착하는 등 오늘날 차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현재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에 영감을 준 최고의 차 디자이너는 누구일까. 많은 이가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를 꼽는데 분류하는 이에 따라 기준이 달라 실제 거론되는 인물은 4명이다. 피터 슈라이어, 크리스 뱅글, 이언 칼럼, 발터 드 실바가 그들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슈라이어는 아우디에서 차 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한 뒤 폭스바겐과 기아차를 거쳐 현재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슈라이어 합류 이후 기아차는 간결하면서도 차별화된 디자인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디자인 강자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현대차 신형 그랜저(IG), 기아차 스팅어 등에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함과 날카로움을 더한 디자인을 접목시켰다.
전 BMW그룹 디자인 총괄을 지낸 뱅글은 2001년 7시리즈로 데뷔해 수많은 논란을 극복하고 세계적 디자이너로 자리 잡았다. 기능주의로 대표되는 독일 디자인 전통에서 유래한 직선 위주의 이전 모델과 달리 감성적 효과를 가미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BMW 마니아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기까지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BMW 디자인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1999년 재규어에 입사해 현재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는 칼럼은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해 재규어 디자인 전통을 확립시켰다.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탄 애스턴 마틴 DB7, DB9과 재규어 XJ, XF에 이어 올해 가장 아름다운 차로 꼽힌 최신작 F페이스까지 자동차 애호가들의 마음을 뒤흔든 걸작을 줄줄이 내놓았다는 평가다. 2015년까지 폭스바겐그룹 총괄 디자이너로 활약한 실바는 피아트에서 디자이너 경력을 시작해 알파로메오, 세아트, 아우디 등을 거쳤다. 이후 폭스바겐 브랜드의 전반적인 디자인 전략을 맡아 간결함과 명확성으로 정의되는 폭스바겐의 디자인 DNA를 확립했다. 해치백의 교과서 골프처럼 선과 형태가 명확하면서도 균형 잡힌 차체와 비율, 수평적 디자인 요소 등이 특징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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