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우리식당은 여기보다 크던데 장사 잘돼요?”
“크다고 장사가 잘되나요?”
심술궂은 표정이 된 50대쯤의 주인 여자가 옆쪽 식탁에 앉았다. 오전 10시 반, 식당에 손님은 김영태뿐이다. 김영태가 한 모금 소주를 삼켰을 때 여자가 말을 이었다.
“빚을 지고 장사를 시작하면 안 돼. 식당 주인이 중국인 사채업자한테 돈을 빌려서 식당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종업원 임금도 못 줘서 다 나갔다고.”
“저런, 큰일 났네.”
“중국인 사채업자가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니까 쉽게 생각한 것 같은데 사채는 사채야. 장사가 조금만 안 돼도 사채는 눈덩이가 굴러 내려가는 것 같다고.”
“잘 아시네. 내가 중국에서 사업하다 왔소.”
“어쩐지 사업하시는 양반 같더라.”
“그럼 저 우리식당은 망하겠네?”
다시 김영태가 화제를 돌렸다. 우리식당이 바로 박재영 어머니 사촌동생의 남편이 경영하고 있는 곳이다. 주인 여자가 머리를 기울였다.
“모르겠소. 요즘 주인 남자가 보이지 않습디다. 소문으로는 돈 구하려고 서울에 갔다고도 하고.”
“남의 일이지만 안됐네. 여긴 잘돼요?”
“우린 빚이 없으니까.”
“저기, 우리식당 종업원은 몇 명이나 돼요? 한 대여섯 명 되나?”
“자꾸 왜 물으슈?”
“내가 빚 갚고 인수나 할까?”
“아이고, 경쟁자가 내 옆에 있네.”
여자가 턱을 들고 깔깔 웃었는데 웃는 얼굴이 좋았다. 웃는 얼굴이 좋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어서 김영태는 꺼림칙했다. 은근히 우리식당을 인수할 마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복을 가져가면 이쪽은 거지가 되지 않겠는가? 그때 여자가 말했다.
“저 집이 잘되려면 우리하고 같이 해장국, 순댓국, 콩나물국을 팔아야 돼요. 그런데 뭐가 잘났다고 안심스테이크네 등심 갈비네 하고 가격을 높게 부르니까 손님들이 꼬이지 않아. 우리하고 차별화를 하려고 한 모양인데, 모르는 수작이야. 같은 업종이 뭉쳐 있어야 손님이 꼬인다고. 그게 바로 윈윈인데.”
바로 금싸라기가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명언(名言)이다. 숨도 안 쉬고 경청한 김영태의 마음이 이제 절반쯤 굳어졌다. 우리식당을 인수할 마음이다. 여자는 김영태의 말을 농담으로 들었는지 명언을 쏟아냈다.
“식당 장사는 3, 4년 안에 본전 회수하고 이익 올리고 나서 접는 것이 낫다고 요즘 애들이 그러는 모양인데, 그런 애들은 백발백중 망해요. 중심을 잡고 꾸준히 식당 하다가 죽을 결심을 하고 일하다 보면 어느새 자리 잡게 되는 거요.”
“공자님 말씀이에요.”
정색한 김영태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식당사업뿐만이 아니다. 김영태가 해왔던 섬유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섬유가 사양산업이 된 지 오래지만 중심을 잡고 변화에 적응한 기업은 오히려 더 성장했다. 기업 나름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김영태가 계산하면서 말했다.
“나도 여기 살러 왔으니까 또 오지요.”
“안양반하고 같이 오시오.”
여자가 건성으로 대답했지만 김영태의 머릿속에 박재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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