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다.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하지(夏至)도 곧 다가온다. 하지는 음력으로 5월, 양력으로는 보통 6월 22일 무렵이다. 예로부터 농촌에서는 ‘하지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고 하지가 끝날 때까지도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농사에 중요한 때였던 만큼 24절기 중에서도 특히 하지와 관련된 속담이나 이야기들이 많으며, 여기엔 감자도 종종 등장한다. ‘하짓날은 감자 캐 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라는 말이 있는데, 하지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강원도 산간지역에서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캐서 밥을 할 때 하나라도 넣어서 먹어야 감자가 더 잘 열린다고 한다.
감자는 우리네 주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강 식재료이자 간식거리다. 해외에서는 새로 수확한 햇감자에 특히 비타민 C가 풍부하다고 해 ‘땅속의 사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프랑스어로 감자를 ‘폼드테르(pomme de terre)’라고 하는데, 이는 사과를 뜻하는 ‘폼(pomme)’과 땅을 의미하는 ‘테르(terre)’가 합쳐진 단어다.
탄수화물이 주성분이라 감자는 에너지 생성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마그네슘이나 무기질 등도 많고, 특히 철분이 풍부해 빈혈 환자에게 더욱 효과가 좋다. 특히 다량으로 들어있는 칼륨은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영양성분이다. 짠 음식은 종종 고혈압을 유발하는데 감자의 칼륨 성분은 세포 속 나트륨을 소변과 함께 제거해 이런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감자는 효용 가치와 산업적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파종을 시작해 120일 정도면 수확이 가능하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재배할 수 있다. 그래서 밀, 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농작물로 불린다.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산맥 티티카카호 주변의 고원지대로 알려져 있다. 1500년대 남미 대륙을 침략한 에스파냐의 한 선원에 의해 유럽에 전해졌다. 흥미로운 것은 17세기까지 덩이줄기식물을 먹어본 적이 없었던 당시 유럽 사람들은 감자는 미개한 피정복민의 주식이라고 생각해 식량 부족으로 굶주리면서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자꽃을 보기 위해 관상용으로만 기르다가 200년이 지난 뒤에야 식용으로 이용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는 감자가 언제 들어왔을까. 조선시대 이규경이 쓴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의하면, 감자가 처음 전해진 것은 1824년 만주에서부터였다. 본격적으로 심어진 것은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우리 땅에서 쌀을 강탈하면서 대체 식량 작물로 감자를 보급한 이후라고 한다. 그때 전국적으로 전파된 감자가 ‘남작’이라는 품종으로, 최근까지도 그 품종이 가장 많이 재배됐다.
쪄서 먹을 때 맛이 제일 좋은 품종은 ‘수미 감자’다.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맛 덕분에 그 이름을 딴 감자 스낵이 있을 정도인데, 국내 감자시장의 80% 정도를 수미 감자가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감자 칩으로 많이 이용하는 품종은 ‘대서’, 그리고 최근 들어 많이 볼 수 있는 ‘자주 감자’ ‘붉은 감자’ ‘블루 매시 포테이토’ 등 수많은 품종의 감자가 있다.
같은 감자라도 품종과 성질에 따라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한 것도 감자의 장점이다. 감자는 주성분인 전분의 함량에 따라서 분질 감자와 점질 감자로 나뉜다. 분질 감자는 전분 함량이 높아 잘 부스러지며, 구이용이나 감자튀김에 좋다. 반면 점질 감자는 노란색을 띠고 잘 부서지지 않으며 찐듯한 질감이 강해 샐러드나 수프 등에 많이 이용한다.
감자로 만들 수 있는 일상적인 메뉴들은 정말 많다. 이제는 그리운 추억이 됐지만, 어릴 적 할머니께서 종종 감자를 삶아주셨는데, 삶을 때 소다를 약간 뿌린 후 찌면 더 달짝지근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강원도 향토 음식인 맑고 담백한 감자 옹심이탕, 쫄깃한 식감이 좋은 감자전,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감자밥, 부드럽고 고소한 감자죽, 푹신한 식감과 밥반찬에 좋은 감자조림, 김장김치가 생각나는 감자찜,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자볶음 등 다양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하지 감자전은 간식이나 밥반찬으로 손색이 없는 메뉴다. 갓 수확한 하지 감자를 강판에 갈아 소금으로 간을 해 노릇노릇 구워 한 입 베어 물으면 쫄깃쫄깃한 맛과 고소한 향이 그야말로 별미다. 양파를 다져서 넣어주면 감자의 갈변을 막아주고 맛을 더욱 좋게 하므로 양파도 빼놓지 않도록 한다. 잘게 찢은 게살을 함께 넣어주면 어린이 영양간식으로도 좋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 하지 무렵, 싱싱한 햇감자를 이용한 하지 감자전으로 가족과 건강 별미를 즐겨보길 권한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만들어 보세요
재료 : 감자 2개, 양파1/2개, 소금 1작은술, 참기름 1/2큰술, 밀가루 2큰술, 식용유 적당량
만드는 법
1. 감자는 깨끗하게 씻은 후 껍질을 벗겨 강판에 갈아서 물기를 조금만 빼준다.
2. 양파도 껍질을 벗겨낸 후 곱게 다져준다. 그리고 1의 감자와 함께 섞어 준다.
3. 갈아놓은 감자와 양파에 밀가루 2큰술을 넣고 잘 섞어준다. 이때 참기름 1/2큰술을 넣고 소금 1작은술을 넣고 간을 해준다.
4.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수저로 감자 반죽을 한 수저씩 떠올리고 노릇하게 앞뒤를 부쳐준다.
5. 노릇하게 붙인 후 접시에 정갈하게 담아낸다.
조리 Tip
1. 갈아놓은 감자를 하루 정도 갈변시켜 검은색인 감자전을 만들 수도 있다.
2. 감자전에 밀가루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맛이 없어진다.
3. 감자전은 너무 높은 온도에서 굽게 되면 빨리 타기 때문에 불 조절이 중요하다. 중간 정도의 불 조절이 좋다.
4. 감자를 보관할 때에는 신문에 싸서 보관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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