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의 갑작스러운 국내 무대 유턴으로 인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여자 선수들의 고단한 미국 생활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출신은 조건부 시드로 2부 투어를 오가는 선수까지 어림잡아 30여 명 선이다. 해외 국적인 교포 선수는 10여 명. 그래서 대회마다 많게는 5명의 출전자 중 1명이 한국(계)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국은 여자골프의 절대 강국이 됐고, 한국 선수들은 부러움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1년 중 10개월 이상을 미국은 물론 아시아, 호주, 유럽 등을 떠돌아야 하는 빡빡한 투어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에 사생활이 거의 없다. 선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장하나는 한국에서 생활한 지 이제 갓 보름을 넘겼지만 하루하루가 참 길고 운동 외에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 아버지 장창호 씨도 딸의 생각과 같다. 시간적인 여유 덕분이다. 미국 대회는 보통 4라운드로 진행되기에 수요일부터 긴장하는 편이지만, 국내엔 이번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처럼 3일짜리 대회가 많다. 여기에 미국에선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한다. 2000년대 초반 김미현은 아버지 김정길 씨와 중고 밴으로 대회장을 다니는 ‘동가숙 서가식’으로 유명했다. 요즘엔 이동시간 단축이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되기에 보통 딸은 비행기로, 부모는 차를 몰고 이동한다. 차로 이동하면 7∼8시간 운전은 기본. 많게는 하룻밤을 꼬박 새우면서 운전대를 잡는다.
LPGA투어는 국내보다 상금이 많기에 선수들의 수입이 많다. 하지만 일가족이 투어를 함께 다니면 10만∼15만 달러의 경비가 소요된다. 여기에 캐디 비용을 지급하고, 세금을 납부하면 수입의 절반도 채 남지 않는다. 오히려 상금이 적은 만큼 소요비용이 적은 국내에서 톱랭커가 되는 게 ‘가성비’ 면에서는 낫다는 얘기다.
전인지는 지난해 LPGA투어 상금랭킹 4위(155만 달러)로 한국인 중 1위였다. 박성현은 지난해 13억 원을 벌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상금왕이 됐다. 후원사 계약금과 보너스를 제외하고도 오히려 국내에서 활동한 쪽이 더 풍족해 보인다. 우승하지 못하고 성적이 부진한 선수 중 적자에 허덕이는 예가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장하나의 유턴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LPGA투어 소속 한국 선수들도 적지 않다.
제주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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