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휴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출산, 청년실업, 사회 양극화, 고령화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과학·기술 발달과 더불어 ‘비교하는 자기애’라는 칸트적 인간 이성이 결합돼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곰곰 생각해 보면 고령화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자연적 현상에 가깝다.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해 여러 가지 해법이 있을 수 있지만, 취업이 잘돼 청년실업과 같은 문제가 없다면 결혼을 기피하지 않을 것이다. 청년실업과 사회 양극화 역시 취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취업을 촉진하려면 기업의 발전·성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업의 발전과 성장이 대내외 사정으로 녹록지 않다. 요즈음 국제적으로 많이 접할 수 있는 이름이나 단어는 브렉시트, 트럼프, 시진핑, 아베일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자국 우선주의’이다. 지금의 트렌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력 질주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가 무역이다. 무역은 해당국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가장 시급한 문제다. 그래서 무역인들은 국가 간 무역 경쟁을 ‘무역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에 각국은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법 제도를 정비, 지원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잘 알려져 있는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제도다. 전통적 노동법에 따르면 파견 제도는 금지돼 있는데 기업 경쟁력을 위해 인정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파견 제도를 보면 선진국인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근로자 보호에는 강점이 있으나, 기업에 대해서는 파견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파견 제도를 허용하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너무나 많은 제한을 기업에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이러한 파견 허용 제도가 무역에 유리한 제도임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무역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근로자의 인권 보호는 ‘당위’이다. 그래서 노동법이 있다. 그러나 노동법을 포함한 모든 법은 ‘공공복리’를 추구해야 한다. 공공복리의 개념은 국가권력의 윤리적 정당성과 법적 기속 및 정치적 책임에 대한 국가철학 또는 정치철학적, 헌법적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복리는 국가 법체계의 근본 원칙이며 최고법이다. 공공복리는 ‘최대 다수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즉, 집단과 그 구성원 개개인이 좀 더 완전하고 쉽게 자기실현을 할 수 있게 하는 모든 사회생활 조건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원칙으로 하는 국가가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 및 성장이 필수다. 경제발전과 성장을 통해 공공복리에 필요한 국가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발전이 있어야 공공복리를 실현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파견법이 제대로 활용될 필요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많은 장애가 있다. 임금 격차, 신분 불안, 고비용, 노동의 경직성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파견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노·사 간의 양보, 즉 노·사 간의 조화가 필요하다. 국가는 노·사 간의 조화를 위하여 사회보장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파견근로자가 어느 정도의 임금 격차를 기꺼이 수용할 수 있도록 파견근로자, 나아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덴마크에서 주장하는 ‘플렉시큐리티’이며, 국가가 노·사 간의 조화를 위해 해야 하는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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