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규 논설위원

‘맛이 시다는 사람도 있지만 달며, 성질은 따뜻하고 무독하다…. 고름을 빨아내고 새 피를 만들며 나쁜 기운을 없애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펴낸 농업 백과 ‘임원경제십육지’에 나오는 오골계 고기의 효능에 관한 설명이다. 호흡기 질환에 좋을 뿐 아니라 강장·강정 작용이 있다고 하여 민간에서는 보약으로 여겼다. 요즘에는 약용·식용은 물론 성질이 온순해 관상·애완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오골계는 무게 1㎏ 안팎으로 몸집이 크지 않고 체질이 약하며 일반 닭에 비해 알을 적게 낳는다.

대개의 오골계는 깃털이 희거나 검다. 한방에서는 그중에서도 혓바닥과 살은 물론 뼈까지도 검은 놈을 으뜸으로 쳤다. 까마귀 오(烏)자에 뼈 골(骨), 닭 계(鷄)자를 쓰는 이유를 알 만하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오골계를 오자계(烏雌鷄)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우콧케이, 중국에서는 쓰위(絲羽)우구지 또는 바이펑(白鳳)우구지라고 말하지만, 한자는 한·중·일 모두 ‘烏骨鷄’로 쓴다. 영어권에서는 흔히 실키 파울(silky fowl)이라고 부른다. 비단결 같은 깃털을 가진 가금(家禽)이란 뜻이다.

1925년에는 조선총독부가, 1962년 12월 3일에는 우리 정부가 부산시 기장의 오골계를 천연기념물 제135호로 지정했다. 하지만 질병으로 전멸함에 따라 1981년 9월 17일 이후 천연기념물 제135호는 영구 결번으로 남았다. 지금은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의 오계(烏鷄)를 제265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는 유일한 사육 조류이다. 연산 화악리의 오계는 기장의 오골계와 조금 다른 데가 있다. 볏은 검붉은 색의 왕관 모양이고 살갗과 뼈, 발톱 모두 검으며 발가락은 4개다. 눈은 눈동자와 눈자위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검고, 깃털 또한 청잣빛이 도는 검은색이다. 정강이와 발가락 사이에 잔털이 없는 것이 다른 지역의 오골계와 다른 점이다.

전북 군산의 한 종계 농장이 이번 조류인플루엔자(AI)의 발원지로 의심받고 있다. 오골계 병아리 150여 마리를 팔았다가 폐사하자 일부를 반품받았는데 일주일쯤 뒤 폐사율이 치솟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국에 AI 의심 신고를 하긴커녕 3600여 마리를 제주와 경남 양산, 부산 기장, 충남 서천, 경기 파주 등 6개 시·도에 판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번 오골계가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황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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