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현(왼쪽) 씨가 6일 장미란체육관에서 이승욱 강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120㎏의 바벨을 지고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로 하체를 단련하고 있다.
김웅현(왼쪽) 씨가 6일 장미란체육관에서 이승욱 강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120㎏의 바벨을 지고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로 하체를 단련하고 있다.
‘고양시 역도교실’에서 새 삶 찾은 김웅현 씨

파이터를 꿈꿨다. 유도, 복싱, 주짓수 등 투기를 익혔고 대학에서 이종격투기를 전공했다. 격투기 스타를 목표로 운동에 몰두하던 2014년.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기운이 없고 숨 쉬는 게 거북했다. 병원을 찾아갔더니 급성골수성백혈병이란다.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24세의 청년 김웅현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길고 긴 항암 치료. 격투기 데뷔를 앞뒀던 김웅현의 무대는 사각의 링이 아닌 병상이었다. 강한 약성 탓에 머리칼은 다 빠졌고, 얼굴은 퉁퉁 부었다. 그리고 몸은 수수깡이 됐다. 6일 경기 고양시 장미란체육관에서 만난 김웅현 씨는 “택배원이 건네는 택배 상자를 받아들 힘이, 아니 물병 마개를 열 힘조차 없었다”면서 “항상 에너지가 넘쳤는데, 어느 순간 누워 신음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설명했다.

퍼뜩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유의 투지가 꿈틀거렸다. 김웅현 씨는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며 “방 안을 한 번 돌고 두 번 세 번…, 이렇게 걷는 거리를 늘렸고 2015년엔 마침내 집을 떠나 장미란체육관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장미란체육관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고양시역도교실에서 근육과 근력, 그리고 에너지를 되찾았다. 1주일에 3차례, 바벨과 씨름하며 땀을 흘린 덕분에 병마를 벗어던졌다. 김 씨는 “역도를 한 뒤 병원 치료가 필요 없을 만큼 호전됐고, 머리칼이 다시 나고 피부에 윤기가 도는 등 젊음을 되찾았다”며 “나에게 일어난 변화에 감사하고, 그래서 더욱 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164㎝, 65㎏의 튼실한 몸. 바늘로 찔러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생기와 활력을 되찾은 뒤엔 경험을 살려 복싱체육관에 취업했다. 김 씨는 “20대이기에 다소 쑥스러운 표현이지만, 제2의 인생을 신나게 가꾸고 있다”며 “낮엔 복싱 코치로 일하고, 밤엔 역도를 수련하는 즐거운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도를 ‘재활’의 발판으로 삼은 건 이유가 있다. 역도는 신사의 스포츠. 상대를 때려눕히거나, 상대와 심판의 눈을 속이는 행위는 역도에 없다.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조금씩 넘어서는 과정이 역도의 매력 포인트. 게다가 전신운동이며 균형운동이기에 신체를 조화롭게 단련하는 데 딱 알맞다. 김 씨는 “역도는 파워는 물론 자세가 중요하기에 근력과 유연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스포츠”라면서 “특히 겨루기와 달리 나와의 싸움이기에 정신력을 높이는 데 무척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초급 코스부터 시작해 중급을 거쳐 이젠 상급, 아니 장미란체육관을 대표하는 순수 아마추어계의 ‘고수’ 반열에 올랐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음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고양시역도교실의 이승욱(32) 강사는 “김웅현이 처음 장미란체육관에 왔을 땐 참…, 쉽게 말해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며 “똑바로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단 한 번도 바벨과의 싸움에서 물러난 적이 없을 만큼 강한 의지력을 지녔기에 건강과 삶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고양 =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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