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뒤면 취임 한 달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다. 그러나 고위직 인사(人事)가 본격화하면서 국민의 실망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개월 간의 취임 준비 기간을 갖지 못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역대 정권 초기에 흔히 나타나던 ‘인사 참사(慘事)’ 수준이다. 선거에 의해 국민 심판을 이미 받은 국회의원 출신 4명의 장관 후보자는 별개로 하고, 일반 고위직 인사에서는 ‘반듯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7일 동시에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의 청문회는 중대 분수령이다. 위장전입, 부인 그림 강매 의혹에 휩싸였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찬성만으로 겨우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지난 2일 청문회가 끝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의 보고서 채택은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 후보를 둘러싼 의혹은 점입가경이다. 딸 문제에 더해 2004년 서울 봉천동 주택 3채를 매도할 때 실거래가로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동연 후보도 병역 문제에다 모친과 의심쩍은 돈거래 문제가 불거졌다. 청문회 대상이 아니어서 정치 쟁점은 피했지만,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이 임용 11일 만인 지난 5일 전격 퇴출된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교수 시절 부적절한 품행 때문이라고 한다. 본인 처신도, 청와대 검증도 모두 문제다. 안현호 일자리 수석비서관 내정자의 철회 배경도 아리송하다. 일부 장관 내정자들도 논문 표절, 비리 연루설과 함께 원점 재검토 얘기가 들린다.

도덕성과 정의를 앞세웠던 민주·진보 인사들이기에 국민의 충격과 배신감은 더 클 수 있다. 또 문 대통령의 인재 풀 역시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협소하지 않으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능력과 자질 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야당까지 기용하겠다던 ‘진짜 탕평’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차관급 및 청와대 비서관으로 인선이 확대되면서 ‘코드 인사’가 되살아나는 조짐도 있다. 인재 풀을 획기적으로 넓히지 않으면 인사 참사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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