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놀러) 나간다고 하니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학부모들이 문자를 보내옵니다. (선생님과 놀러 나갔다가) ‘아이가 집에 들어올 때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이게 교사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닌가 싶어요.”
1990년대 이전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적잖은 중·장년층에게 ‘담임 선생님’은 엄격함과 근엄함의 표상이었다. 일종의 ‘경외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1학년, 태어나 첫 소풍을 갔을 때 어머니의 요청으로 남자 담임 선생님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왠지 주눅이 들고 위축됐던 기억이 기자의 뇌리에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다.
아마도 요즘 초등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할 시절일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서 학교 현장도 많이 바뀌었다. ‘그림자’도 밟기 어려웠던 담임 선생님은 이제 ‘이모’와 ‘삼촌’처럼 아이들에게 친근한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달라진 시대상도 반영됐겠지만, ‘권위’를 없애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교사들의 노력도 크게 영향을 줬다.
울산 북구 고래로 동천초등학교 이정범(38) 교사도 그런 선생님 중의 한 명이다. 이 교사는 처음 부임했던 지난 2004년부터 아이들에게 좀 더 다가서는 교사가 되기 위해 고민했다고 한다.
“처음 부임지로 발령받았던 경기 평택의 송북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게 됐습니다. 아이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사비를 털어 아이들과 함께 영화도 보고 볼링도 치고 했어요. 당시에는 토요일에도 수업하던 때여서 주로 일요일에 아이들과 함께 놀러 다녔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담임을 맡게 되는 반 아이들과 일종의 ‘사제동행 힐링캠프’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호응에 이 교사는 주말마다 서울대공원, 한강공원 등 유원지에도 놀러 가고, 영화도 보러 다녔다. 지난해 동천초등학교로 전근 온 이 교사는 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변하려면 교사가 먼저 변해야 한다며 학생들과 힐링캠프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 교사는 동천초교로 전근을 오면서 힐링캠프 내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상벌점제’를 도입해 매달 아이들의 행동에 상벌을 내려 실적이 좋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힐링캠프를 하는 것이다.
“공부 성적이나 그런 걸 평가하는 게 아닙니다. 몸이 아픈 친구를 도와주거나 학급의 어려운 일에 솔선수범하거나 하는 등의 선행을 하면 상점을 주고, 반대로 욕을 한다거나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벌점을 줘요. 매달 자신이 받은 상벌 점수를 계산해서 상점이 높은 학생들에게 선생님과 함께 주말여행을 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는 것이지요.”
다행히 올해부터는 울산교육청에서 힐링캠프 지원금으로 100만 원이 지원돼 이 교사의 ‘주머니’ 사정에도 숨통이 트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있어 이 교사도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도 풀고 재미있다고 소문을 낸다고 해요.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얘기한대요. 담임 선생님과 함께 나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니, 소통도 되고 선생님에 대해서도 많은 걸 이해하게 되고 존중하게 된다고 말이죠. 저 역시 아이들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고, 학생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 교사와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냈던 아이 중에는 이미 대학생이 된 학생들도 있다. 이 교사는 앞으로도 더 많은 아이를 이끌고 힐링캠프를 이어갈 생각이다.
“2009년에 같이 힐링캠프를 다녔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가정형편이 불우해 엇나간 학생이었어요. 초등학생이 담배도 피우고 그래서 저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지금은 아마 입대했을 텐데, 고3 시절에 연락이 왔습니다. 모범생은 아니어도 열심히 학교 다니고 있다고. 그때 저와 같이 다녔던 힐링캠프를 생각하며 어긋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하더군요. 아이들이 힐링캠프를 통해 올바른 인성을 키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교육이 어디 있겠습니까.”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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