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숙 선생님께서는 잘 걷지 못했던 제가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신 분입니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학업을 포기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연극배우도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국장애인복지예술단의 연극배우 안희정(45) 씨는 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촌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을 맡아 자신을 돌봐준 이종숙(69) 교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이같이 전했다. 출생 도중 의료사고가 발생해 3세에 뇌 병변 진단을 받은 안 씨는 언어와 보행 장애를 안고 있지만, 연극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활동분야를 넓혀 서울 마포구의 한 방송국에서 영상편집부 실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애로 인해 집 밖 출입도 잘 하지 않는 다른 장애인들과 달리 그가 용기를 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교사의 응원 덕분이다.
안 씨는 “주위의 많은 사람이 장애를 딛고 활발히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줬지만, 그중에서 제일 고마운 분이 이종숙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안 씨는 어린 시절 지금보다 더 몸이 좋지 않았던 자신을 다른 학생들과 차별 없이 대해준 이 교사의 배려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교사는 입학 첫날부터 부모님과 잘 떨어지지 않으려는 안 씨가 한동안 부모님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도 했다. 안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지금보다 장애가 심해 의사 표현도 서투르고 혼자서는 잘 걷지도 못했다”며 “선생님은 장애로 부모님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대성통곡을 하는 나를 배려해 한동안 엄마와 짝꿍이 돼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장애로 침을 흘리는 안 씨의 턱받이를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교체해 주기도 했다. 안 씨는 “침에 흠뻑 젖은 턱받이에서 냄새가 났을 텐데 선생님은 싫은 내색 없이 턱받이를 갈아주셨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교사는 안 씨가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안 씨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내가 물끄러미 선생님을 바라보면 ‘우리 희정이 눈은 초롱초롱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칭찬해주기도 하셨다”고 전했다. 이 교사의 배려로 안 씨는 안정적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갔고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모님 없이도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안 씨는 “선생님이 내 학교생활의 첫 단추를 잘 끼워 주셨던 덕분에 나머지 학교생활도 성공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안 씨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이 교사가 전근을 가면서 서로 헤어졌다. 성인이 된 후 이 교사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있던 안 씨는 20년 전 수소문 끝에 이 교사를 찾는 데 성공했다. 안 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달음에 선생님을 찾아갔던 날을 잊지 못한다”며 “반가운 마음에 선생님도 울고 나도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 씨는 지난 2015년 대학로의 한 공연장에서 톨스토이의 연극 ‘바보 이반’ 주인공을 맡아 연기하던 날, 이 교사를 초대하기도 했다. 그는 “쑥스러운 마음에 선생님께 한 번도 제 공연을 보여주지 못하다 용기를 냈다”며 “나의 대사 하나하나에 귀를 쫑긋 세우고 연극을 보시던 선생님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 씨는 앞으로도 이 교사와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안 씨는 “제가 몸이 불편해 선생님께 많은 것을 해드릴 수는 없지만, 선생님과 여행도 다니면서 앞으로 선생님을 많이 웃게 하는 제자가 되고 싶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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