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각한 ‘인권’ 문제 논란을 불러일으킨 소년병의 실체를 인정하면서도 예우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추모시설이라도 세워주는 게 국가를 위해 산화한 이들을 위한 도리 아닙니까.”
지난 5일 대구 중구 동인 1가동 ‘6·25 참전 소년·소녀병 전우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태승(84·사진) 회장은 “병역 의무가 없는 데도 군번을 주고 정규군으로 강제 징집해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로 내몰고도 마땅한 예우를 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직무 유기”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지난 1998년부터 6·25전쟁 당시 국가를 위해 장렬히 산화한 동료들을 위해 떠돌이 위령제를 지내고 있으며,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그는 “국방부가 6·25전쟁에 참전한 소년병의 실체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권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커지자 쉬쉬하다 지난 2010년 겨우 인정했다”며 “그러고도 백발이 되도록 예우를 하지 않고 상처를 그대로 두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울분을 토했다. 당시 소년병의 나이는 만 18세 미만이었으며 2만9616명이 참전해 2573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생존한 소년병은 대부분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 4000여 명만 남아있다. 박 회장은 17세 때인 1950년 8월 28일 징집돼 낙동강 방어 전투에 참전했다.
박 회장은 “소년병 전우회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법령상 근거 없이 어린 아이를 징집하고도 피해보상 입법을 하지 않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낸 데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5년 청구 기간 경과 등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적절한 시기에 국가가 배상 절차를 밟지 못한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고 밝혀 지원 근거가 있다”며 “하지만 국방부나 국가보훈처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추모시설 부지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해 당사자인 전우회는 아무것도 모르는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지난 16대 국회부터 소년병 지원 관련 법률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기간 경과 등으로 자동 폐기를 거듭하고, 20대 국회도 지난 3월 소관 부처에서 논의했으나 국방부와 국가보훈처가 핑퐁식으로 업무를 떠넘겨 세월만 흐르고 있다”며 “새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도 응분의 예우가 없어 영령이 구천을 떠돌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소년병의 위상을 정립해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풍전등화와 같은 국가 위기상황에서 소년병들이 가졌던 ‘애국심’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년병 전우회는 오는 21일 오전 11시 30분 대구 남구 대명동 낙동강 전승기념관에서 ‘제 20회 6·25 참전 순국소년병(2573위) 위령제’를 지낸다. 이 단체는 참전 유공단체로 공인된 법적 지위가 없어 일부 생존 소년병이 월 5만 원 정도 낸 회비로 30㎡ 남짓한 사무실을 운영하며 일부 정부 지원을 받아 매년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대구=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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