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단초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공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을 5대 공직 배제 기준으로 공약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와 깨끗한 공직 문화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낙연 총리를 포함해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가 이런 배제 기준에 걸렸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 문제로 불거진 위기를 탕평 인사로 헤쳐 나가야 한다. 오긍은 중국 당나라 태종이 위징을 포함한 신료들과 정치에 대해서 주고받은 대화를 엮은 ‘정관정요(貞觀政要)’라는 책을 편찬했다. 핵심은 군주의 도리와 인재 등용 등의 지침을 적어 놓은 것이다. 당 태종은 자신이 죽인 친형 이건성의 핵심 참모로, 사사건건 자신이 하는 일에 제동을 걸며 간언을 했던 위징을 중용했다.
이 책에 따르면, 당 태종은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해 어진 군주가 되려고 노력했을 뿐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간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잘못된 행실을 바로잡으려 했다. 그는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하게 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 삼으면 천하의 흥망과 왕조 교체의 원인을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기의 득실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탕평 인사를 통해 능력 있는 인재들을 선발해야만 그들을 내면의 거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역사학자들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남북전쟁 승리와 노예 해방에 기여한 업적보다는 국민통합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링컨은 이념과 인연을 초월한 탕평 인사를 통해 진정한 통합을 이룩했다. 공화당 출신이었던 링컨은 가장 중요한 과제인 남북전쟁을 수행할 국방장관에 자신의 경쟁자인 동시에 적이었던 민주당 출신 에드윈 스탠턴을 기용했다. 그 뒤 스탠턴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링컨의 충복으로 변했다.
민주적 선거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한 넬슨 만델라는 강고한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 정책을 펼치며 흑인 탄압에 앞장섰던 백인 정권 인사들을 중용했다. 탕평 인사를 통해 용서와 화해의 정치를 실현한 것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 확인된 것은 위대한 지도자의 핵심 자질은 인재 등용 능력이다. 인재를 잘 쓰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다.
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고,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으며,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三顧草廬)해 일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제 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담대한 탕평 인사를 통해 행동하는 협치(協治)를 시작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후보들을 조속히 만나 인재 추천을 포함해 협조를 구해야 한다.
가령 노동 문제의 최고 전문가인 심상정 전 후보에게 예의를 갖춰 초기 내각에 참여해줄 것을 간청할 필요도 있다. 그동안 자신을 가장 아프게 비판했던 합리적 보수 인사들을 발굴해 중용하는 파격적인 행보도 요구된다. 그래야만 진정한 탕평이 시작되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단언컨대, 탕평 없는 협치와 통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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