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그룹의 최순실 씨 지원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당시 삼성물산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결정을 촉구하거나 지지하는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당시 신문들이 보도한 관련 기사 모음.
2015년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그룹의 최순실 씨 지원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당시 삼성물산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결정을 촉구하거나 지지하는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당시 신문들이 보도한 관련 기사 모음.
- ‘삼성합병 찬성 압력’ 문형표·홍완선 징역형… 국민연금·관가 술렁

“당시 소액주주 84% 합병 찬성
전문위 내부서도 찬성 지배적
엘리엇 막아야한다 여론 높아”

관가 “누가 책임질 일 하겠나”
‘제2의 변양호 신드롬’ 우려


“2015년 당시 ‘국민연금공단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내부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이 8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가운데 2015년 6월 당시 전문위원 대다수도 삼성 계열사 합병에 찬성하는 공감대를 가졌으며, 이번 판결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과 공직사회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 전 장관 등은 상위 기구인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의결을 다루고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다.

2015년 당시 국민연금 전문위원을 맡았던 전문가 A 씨는 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연금의 핵심 역할은 2030년대 고갈될 연금의 수익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과 주요 기업들 지분을 가진 주주로서 기업의 경영권 안전성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의사결정에는 두 가지 주요 가치 외에 다른 정치적인 해석이 개입되면 안 된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이런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당시 전문위원들 대부분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데 공감했다”며 “이번 판결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앞으로 과도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당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공격에 시달렸다. 자본시장에선 외국계 투기 자본이 국내 1위 기업을 뒤흔드는 것을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국민연금이 국익 보호 차원에서 ‘백기사(경영권 방어에 우호 주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실제로 합병과 관련해 의견을 밝힌 2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 가운데 21곳(95%)이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성물산 소액 주주들도 55%가 주총에 참석해 84%가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기금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에 대해 사법부가 과하게 법 적용을 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고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 운용 총책임자”라며 “이들이 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주요 사안에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은 오히려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4년 10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며 “삼성물산 합병 당시에는 헤지펀드와의 경영권 분쟁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시장논리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기관의 감독 기능에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공무원들과 정부 산하기관에 보신주의를 불러올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 지적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경영판단에 대한 원칙을 구두로 이뤄진 증거로 처벌한다면 공직사회에서 책임질 만한 정책 결정을 회피하는 ‘제2의 변양호 신드롬’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며 “이런 분위기는 민간기업으로도 쉽게 전이돼 각 경제주체가 정부와 사법부의 눈치를 살피는 등 경영 외적 상황에 휘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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