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지지 바탕 대규모 물갈이

정점식 “좌천 사유 말 안해줘
이게 檢 개혁방향인가 싶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간부 파격 인사에 대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새 정부가 검찰 조직 정기 인사를 앞두고 과거 사건의 ‘부적정 처리’를 이유로 ‘좌천 인사’를 단행한 만큼 역대 어느 정권보다 큰 폭의 검찰 조직 물갈이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정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검찰 인사는 청와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 간부 인선을 앞두고 있는 청와대가 파격적인 인선 드라이브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번 인사가 검찰 조직을 관리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석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앞으로도 직접 검찰 조직에 메스를 들이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앞서 ‘돈 봉투 감찰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직접 지시해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 구성과 검찰 조직 ‘빅2’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감찰국장 면직 처분을 이끌어 냈다.

‘돈 봉투 감찰’로 검찰이 여론에 불리하게 몰린 상황에서 속전속결로 고검장·지검장급 인사를 진행한 점도 인상적이란 평가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검찰 개혁이 좌초되는 것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지켜봐야만 했던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보다 내부 조직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향후 파격적인 검찰 간부 인선과 동시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권한 분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역시 법무부의 탈검찰화, 정부기관 검사 파견 최소화 등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불만도 나온다. “이게 전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뭐가 다르냐”는 문제 제기다. 특히 검찰 인사위원회 개최 등 아무런 절차 없이 인사 발표 10분 전에야 당사자에게 통보한 이번 인사는 “해도 너무한 인사”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가 인사 보도자료에 ‘과거 사건의 부적정 처리 때문’이라고 적어 공개적으로 면박을 줄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로 사의를 표명한 정점식(52·사법연수원 20기) 대검찰청 공안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사유를 물어봐도 설명해주지 않더라. 이게 검찰 개혁 방향인가 싶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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