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통 기본료 폐지 ‘논란’

국정기획위 ‘강행 방침’ 고수
미래부, 내일 관련 보고 예정

‘810만명 모두 취약층’ 무리
다회선 가입자 사용도 상당수
업계 불만 고조… 위헌 지적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 이행을 강도 높게 추진하면서 ‘혼선’과 ‘논란’을 동시에 낳고 있다. 특히 국정기획위 내부에서 “취약계층인 2세대(G)와 3G 가입자의 기본료를 우선 폐지하겠다”, “기본료 폐지에 준하는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인하 방안도 병행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지난 이틀 새에 잇달아 나오자 이동통신 업계는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2G와 3G 가입자가 취약계층인가란 반문과 함께 정부가 민간의 요금 인하를 강제하는 것은 위헌적 행위라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미래창조과학부에 “(통신요금 인하 대책과 관련) 성의 있는 대안을 가져 오라”며 관련 업무보고를 예정보다 하루 늦춘 10일에 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9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2G·3G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819만 명(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5538만 명의 14.7%)이지만, 이들 모두를 취약계층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이동통신 업계는 주장한다.

우선 2G·3G 가입자 중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폰 가입자 수만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8월 현재 적발된 대포폰 수는 2만8000대지만, 실제로 유통되는 대포폰은 단속 수치의 10배가 넘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2G 가입자 가운데 ‘01X’ 번호 사용자는 97만 명(2016년 말 기준)인데, 이들 대부분은 사업 또는 보상을 목적으로 01X 번호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2G·3G(키즈폰) 가입자도 100만 명인데 이들 숫자만 합해도 819만 명 중 230만 명에 육박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다회선 가입자 900만 명 중 상당수가 보안 등 여러 이유로 2G·3G폰을 함께 쓸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장애인·노인세대·취약계층은 되레 정보 취득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충분한 논의가 빠진 채 일방적으로 2G·3G 기본료 폐지를 추진하면 고소득층이나 범죄자에게 혜택을 주는 ‘이해 상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위헌 논란’도 제기된다. 이동통신 업계는 “민간 사업자의 요금을 맘대로 내리라고 하는 것은 위헌적인 행위로,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면서 “우리나라처럼 인가제를 운영하는 나라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 대부분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장사이므로 결국 피해는 주주들한테 돌아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8번째로 요금이 싼 국가”라며 “마치 이동통신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처럼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새 정부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도 천문학적인 돈을 내고 주파수를 빌려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범·노성열 기자 frog72@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