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중동정치학

전 세계적인 위기와 갈등이 고조되면서 불확실성의 시대가 우리의 눈앞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푸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금 미·러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으며, 이는 중동의 위기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중동 위기의 중심에는 전통적으로 경쟁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있다. 경제적으로는 석유 강국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석유 패권을 둘러싼 경쟁 관계에 있고, 종교적으로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주국이라는 이유로 이슬람 종파(宗派)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7일 ‘테러의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이란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이 배후 세력이라고 자처했지만, 이란의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사우디가 연관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방문과 카타르 단교가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5월 21일 중동 방문 당시 극단주의 테러의 근절을 주장하면서 반(反)이란 연대를 강조했고, 지난 5일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일부 수니파 국가들은 카타르가 테러지원국이라면서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 단교 사태는 기존 중동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우디의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카타르는 주변의 보수 왕정 국가와 다르게 가장 적극적으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왔다. 1995년 6월 27일 무혈쿠데타로 집권한 셰이크 하마드 국왕은 독자 외교를 강조하면서 작은 왕국 카타르를 중동의 경제적 강자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중동의 이슬람주의 부상과 발맞춰 이슬람주의 단체를 적극 지원했다. 그 반면 사우디는 2013년 7월 3일 무르시 정권을 무너뜨린 엘시시 군부 쿠데타 세력을 후원했다. 이외에도 카타르는 이란과 관계 개선 등 균형 외교를 추구하면서 사우디와 대립하고 있다.

최근의 중동 분쟁을 수니파 대 시아파의 종파 갈등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은 약 1400년에 걸친 증오심과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대립 구조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고 향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오랜 반목과 갈등이 최근에야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우디 중심의 수니파 국가들은 이란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시아파 동맹이 중동을 위협한다’는 과장된 명제를 통해 수니파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시아파 위협론은 음모론에 불과하다. 이 국가들은 국내 정치의 불안정과 내부 갈등의 해결을 위한 정치 도구로 이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중동정치에서 종파 갈등은 일부 통치 엘리트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계산된 국가 정책이다.

물론 현재의 복잡한 중동 정세로 인해 당분간 사우디와 이란의 긴장 관계가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중동은 분쟁 지역이라는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이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 과거의 중동은 석유와 건설 붐의 대상에 불과했으나 미래의 중동은 다양한 방면으로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다. 이슬람의 특성으로 인해 중동은 다른 지역과 달리 높은 인구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2050년에는 무슬림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약 28억 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전체 인구의 53%가 25세 미만인 중동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젊음의 공간이다. 우리는 중동 위기에 숨어 있는 진실과 본질을 꿰뚫어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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