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화백 “하루 10시간씩 작업”
한국 전통화법 현대적 재해석 인간愛 화두 던
지는 황 화백 독창적인 형상주의 회화 구축
국내 화단에서 한국화와 서양화를 대표하는 원로로 자리 잡은 민경갑(84) 화백과 황용엽(86) 화백의 합동 초대전이 열려 미술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패션기업 ㈜슈페리어는 창사 50주년을 기념해 한국화가 민경갑 화백과 서양화가 황용엽 화백 초대전 ‘초심(初心)’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슈페리어타워빌딩 내 슈페리어갤러리(02-2192-3366)에서 7월 26일까지 진행한다.
지난 9일 개막한 이번 전시에 초심이란 제목이 붙은 것에 대해 “80대 중반의 노장 민·황 두 화백이 초심을 잃지 않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쳐온 것처럼 슈페리어 역시 초심을 잃지 않고 ‘자생적인 골프전문 토종브랜드’로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슈페리어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자 단국대 예술대학 석좌교수인 민 화백의 경우 서울대 미대 졸업 후 구상과 비구상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화의 전통화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수묵과 채색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의 경지를 보여준다.
특히 그의 초심은 유명하다. 9일 전시 개막과 함께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민 화백은 “화단에 ‘전업작가’란 없다. 일단 붓을 잡았으면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림을 그려야 한다. 요즘도 나는 매일같이 하루에 10시간 정도 작업을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민 화백 작품에 내재된 대표적인 키워드는 ‘자연과의 공존’이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의 정신적 원형이며, 삶과 정서에 끝없이 활력을 제공하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아름다운 상생의 공존을 이뤄낼 것인가’에 대한 시각언어 역할을 한다. 특히 추상적이고 기하학적 색면으로 형상화한 산 그림들은 무한한 생명력과 철학적 깊이를 지녔다.
이번 전시에는 민 화백의 잠재적 역량과 존재감을 각인시켜준 1960년대 상파울루비엔날레 출품작을 비롯해 자연을 모티브로 한 각 시기별 대표적인 작품들 외에도 혼란스럽기만 한 현 사회를 풍자하는 최근작 ‘질시와 증오’ 등의 신작까지 18점이 선보인다.
황 화백은 오리지널 유화기법으로 분단국가 현실 속에서 ‘인간 내면의 깊이와 성찰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건네는 작품으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원로 화가다.
1957년 홍익대를 졸업한 황 화백은 1950년대 말 이후 줄곧 ‘인간’을 화두로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형상주의 회화세계’를 구축했다. 당시 한국화단을 휩쓴 서양의 미술사조(앵포르멜·단색조 회화·극사실주의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초심을 유지하며 본인의 의지로써 투철한 예술가의 전형을 보여줬다.
황 화백이 한평생 매진해온 작품세계의 중심엔 언제나 ‘인간애(人間愛)’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첫 출발은 한국전쟁에서 비롯된 자신의 아픔이다. 하지만 일련의 작품들은 개인사를 넘어 ‘인간 본연에 대한 탐구 의지’로써 한국 현대사 전반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황 화백의 인간시리즈를 시기별로 만나볼 수 있다. 1960년대 2점을 시작으로, 1970∼1980년대 각 5점 내외, 1990년 이후 작품 10여 점 등이 선보인다.
미술평론가 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슈페리어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순수 현대미술 역시 해방 이후 50∼60년의 역사를 지녔다”며 이번 전시는 미술 시장의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초심을 유지한 채 각기 한국화와 서양화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두 원로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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