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째 뚜렷한 신제품 없어
승승장구하다 주도권 상실
인지도 떨어지며 하청 전락
‘안방’ 中서도 점유율 미미
‘레노버’는 15 → 1% 급락
‘ZTE’ 4%·‘HTC’ 0.4%로
4년새 한자릿수 곤두박질
한때 스마트폰 명가로 이름을 날렸던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이 눈물겨운 생존 투쟁을 이어가 눈길이 쏠리고 있다. HTC나 레노버, ZTE 등은 구글의 스마트폰 단순 생산 업체로 전락하거나 인지도가 떨어져 브랜드조차 변변히 드러내지 못한 채 ‘깜깜이’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 안방인 중국에서도 점유율이 미미한 상태다. 하드웨어 기술이 평준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졸면 죽는다’는 말이 통용되는 단면으로 읽힌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삼성전자 갤럭시의 대항마로 불리던 ‘원’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던 HTC는 수년째 이렇다 할 스마트폰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통해 의욕적으로 내놓은 가상현실(VR) 감상 기기 ‘바이브’ 역시 100만 원이 넘는 높은 출고가로 인해 이익 창출에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스마트폰 분야에서 HTC라는 사명은 구글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정도다.

실제 HTC는 구글이 지난해 내놓은 자체 스마트폰 픽셀의 제조를 담당했다. 올해 말 출시 예정인 ‘픽셀2’ 역시 HTC가 제조를 담당할 예정이다. 다만 HTC는 개발 단계에는 참여하지 않고 단순 조립 및 하청 생산만 담당, 과거 구글의 레퍼런스폰 ‘넥서스’ 시리즈에 참여했을 당시보다 주도권을 크게 상실한 모습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HTC는 앞으로 스마트폰의 연구 개발과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하청 생산 쪽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노버 역시 구글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레노버는 지난해 구글과 협력해 구글의 증강현실(AR) 플랫폼 ‘탱고’를 탑재한 ‘팹프로2’를 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구글이 내놓을 독립 VR 감상 기기 ‘데이드림뷰’의 제조사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영화를 누렸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구글의 제품 하청 업체가 돼 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ZTE는 아예 브랜드를 감춘 ‘깜깜이’ 전략을 채택했다. 특히 국내의 경우 KT의 어린이용 라인 프렌즈 스마트폰, 어린이용 스마트워치 ‘쥬니버 토키’ 등의 제조사가 ZTE다. 최근 이탈리아 토니노 람보르기니와 손잡고 내놓은 269만5000원짜리 초호화 스마트폰 ‘알파원’도 ZTE가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ZTE의 자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져 이동통신사와 협력, 전용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 기지로 위상이 추락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경우 안방인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도 무섭게 하락하고 있다. 2012년 레노버와 ZTE, HTC는 중국 내에서 각각 15.0%, 8.4%, 3.6%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말 기준 이들의 점유율은 각각 1.0%, 4.0%, 0.4%까지 추락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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