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일자리의 다급함을 호소한다.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는 ‘면접이라도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취업준비생의 하소연을 전달했고,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일자리’를 44번이나 외치면서 추경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연대와 타협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주의 사회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불평등은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성장으로 경제 규모가 단기간에 확대된 여파로 부의 불균형이 심하다. 노사관계도 기형적으로 형성돼 조직화한 대형 사업장 노조의 힘은 막강한 데 비해 하청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는 부족하다. 정규직 노조의 조합원 증가를 막을 요량으로 도입된 비정규직은 숫자가 늘면서 심각한 갈등 요인이 됐다.
대형 사업장 노조는 선진국에 못잖은 높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매년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과도한 정규직 인건비를 메우기 위해 대기업은 하청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후려친다. 대기업·중소기업 및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 불합리한 교육 시스템도 문제다. ‘무조건 대학 진학’이 낳은 인력 수급 불균형으로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데 비해 대기업은 구름처럼 몰려드는 입사 지원서로 골머리를 앓는다. 실업대란 와중에도 중소기업계는 외국인 고용 한도 증원을 요구한다.
불합리한 고용 구조가 실업대란의 주범임에도 원망은 대기업으로 쏠린다. 이익을 쌓아두고도 투자하지 않는다며 법인세를 인상해 유보이익을 모두 환수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기업이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현금을 비축하는 것은 투자 기회가 포착되면 기동성 있게 낚아채려는 경영 전략이다. 경기 악화에 따른 자금 경색에 대비할 목적도 있다. 투자와 고용을 지나치게 몰아붙이면 부실 조선사처럼 금융 공기업 돈을 모두 날리고 국민 세금에 손을 벌리는 비극이 생긴다.
추경 편성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려는 문 정부의 단기 처방이 대기업 투자 들볶기보다 나은 측면도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혀 세계잉여금이 생겼다. 비과세·감면의 대폭 축소와 소득 공제에서 세액 공제로의 전환이 고소득 개인과 법인의 세금 부담을 예상보다 늘린 것이다. 세계잉여금이 내년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일단 고용된 인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은 퇴직 시점까지 계속된다. 국회가 추경안 심의의 전제 조건으로 지자체의 연례행사인 보도블록 교체 같은 낭비 요인을 줄여 매년 소요될 인건비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요구해야 한다.
경제민주주의는 경제계와 근로자를 비롯한 국민의 양보와 타협이 필수적이다. 재벌 개혁과 같은 강압적 구호보다는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하면서도 공정성이 담보될 합리적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한국적 규제는 금물이다. 우리 기업이 해외로 사업장을 대거 이전해 고용 사정이 악화한 이유를 따져보면 경직적 노동 규제를 비롯한 행정 규제의 책임도 크다. 대주주의 기업 이익 편취 등 불공정 행위는 철저히 응징하는 대신 경제민주주의에 반하는 과도한 정부 규제도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경제민주주의가 기업 경영 자율성 확대로 이어져 기업가의 투자 의욕이 되살아나면 좋은 일자리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꿈처럼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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