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여행의 목적지를 고르고 있다면 매혹적인 ‘밤’이 있는 곳을 택해보자. 이르게 당도한 초여름 더위로 한낮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지만 저녁이면 덥지도, 춥지도 않아 산책을 즐기기 딱 좋은 때다. 게다가 미세 먼지 없는 깨끗한 날까지 계속되고 있어 초여름 밤은 더욱 쾌적하다. 밤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가는 데 더할 나위없이 좋다. 초여름 밤의 정취를 즐기는 여행은 길고 지루한 장마와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기 전까지만 허락되니 되도록 서두르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하늘의 깨끗한 별빛 - 송암천문대

경기 양주의 송암천문대는 한일철강의 엄춘보 회장이 350억 원의 사재를 털어 10년 전인 2007년 7월 문을 열었다. 동호인 위주의 폐쇄적인 운영을 하는 일반 천문대와는 달리 송암천문대는 다양한 시설로 관람객에게 다채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부대시설로 스페이스센터와 천문대, 호텔급 숙소,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있어 천문대라기보다는 ‘천문테마파크’에 더 가깝다.

천문대 아래 스페이스센터에는 사계절의 별자리를 편안하게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플라네타륨과 우주공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그래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챌린저 러닝센터 등이 갖춰져 있다. 천문대는 해발 443m의 계명산 형제봉 정상에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천문대로 오르면서 북한산 백운대와 도봉산, 오봉산 등의 경관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천문대에서는 겹겹이 이어진 능선 너머로 밤 하늘에 촘촘하게 박혀 있는 별들을 관측할 수 있다. 개관 시간은 주중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토요일은 오후 9시 30분까지. 천문대 이용권과 케이블카 왕복 탑승권, 플라네타륨 관람권을 합해 어른 2만8000원, 청소년 2만5000원. 입장권만 구입하면 5000원이다.

고즈넉한 달빛야경 - 전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은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한낮에는 인파와 더위를 피해 박물관이나 체험장 등을 찾아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해질 녘부터 한옥마을 야경 탐방을 나서면 호젓한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다. 경기전을 기점으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풍남문, 전동성당, 오목대, 한옥생활체험관, 전통 술박물관 등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명소들이 있다. 저녁 시간에는 전주한벽문화관과 전주소리문화관에서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주말 상설공연인 ‘천하맹인’이 오는 10월 14일까지 토요일 오후 8시 전주한벽문화관 혼례마당에서 펼쳐진다. 평일 상설공연인 ‘놀부가 떴다!’는 9월 15일까지 목·금요일 오후 8시 전주소리문화관 야외마당에서 진행된다.

한옥마을에서 저녁 시간을 느긋하게 보내겠다면 한옥민박에서 숙박체험을 택하는 것이 좋다. 간접조명으로 불을 밝힌 한옥마을의 돌담을 끼고 거니는 맛도 훌륭하지만, 한옥 툇마루에 앉아서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를 듣는 맛이나 창호지에 달빛이 은은히 비치는 모습을 보며 잠이 드는 경험에다 비할 수 없겠다. 한옥 민박에서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신라의 밤길 걷기 - 경주 대릉원·임해전지

경주의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 일대는 최고의 야간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시작해 대릉원과 첨성대를 거쳐 계림과 월성, 그리고 동궁과 월지로 이어지는 길에는 밤이면 은은한 경관조명과 가로등이 불을 밝힌다. 특히 대릉원에서 계림 월선을 거쳐 임해전지 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산책로의 운치가 빼어나다.

안압지 또는 임해전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동궁과 월지야말로 경주의 야경을 완성하는 화룡점정과 같은 곳. 어둠이 내리고 경관조명이 하나둘 밝혀지면 복원된 3채의 건물이 화려하게 빛난다. 월지의 연못은 동서 200m , 남북 180m, 둘레 1㎞로 그리 크지 않지만, 가장자리에 굴곡이 많아 어느 곳에서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연못의 수면 위로 불 밝힌 전각의 반영이 드리워지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곳 못지않은 곳이 교촌마을 앞 남천을 가로지르는 월정교다. 교각 위에 누각형태로 지어진 누교(樓橋)가 물에 비치는 모습이 압권이다. 경주남산연구소와 신라문화원, 경주문화원에서 각각 진행하는 ‘경주남산 달빛기행’ ‘신라달빛기행’‘야행답사’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는 것도 좋겠다.

아름다운 밤바다 정취 - 전남 여수

수많은 섬과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을 품고 있는 항구도시 여수는 흔히 ‘동양의 나폴리’로 불린다. 활기가 넘치는 상업항인 여수항은 밤이 되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관광객들을 맞는다. 여수의 밤바다를 명소로 끌어올린 노래 ‘벚꽃엔딩’은 봄날의 여수 밤바다를 이야기하지만, 여수의 밤바다는 벚꽃 없는 초여름에도 이에 못지않다.

여수 야경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건 돌산대교 교각기둥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야간조명과 여수항의 화려한 불빛이다. 돌산대교 주변에는 이런 야경을 창밖으로 감상할 수 있는 카페와 횟집들이 즐비하다. 평일에는 오후 9시 30분까지, 주말에는 오후 10시까지 불을 밝힌 채 바다 위를 운행하는 여수의 해상 케이블카는 화려한 야경에 한몫을 하면서 여수항 일대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최고의 조망대이기도 하다.

여수항에선 야간 선상투어를 즐겨도 좋다. 오동도 내 음악분수대 앞에서 출발하는 158t급의 유람선 ‘뉴스타호’는 1시간여 동안 자산공원, 해양공원, 돌산대교, 국동 어항단지를 돈 후 되돌아온다. 시기마다 운항 횟수나 출발 시간이 다르니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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