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일 취임하면서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김 부총리를 비롯, 청와대의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수현 사회수석 등으로 구성됐다. 외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이용섭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은 일자리위원회 등이 포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청와대와 내각에 빈자리가 많다. 현재까지 임명된 경제팀 면면을 살펴보면, 국제 경제나 금융 분야 전문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김 부총리나 장 실장 등은 모두 미국 대학에서 경제 관련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국제 경제나 금융을 모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김 부총리나 장 실장 등의 이력을 살펴볼 때, 월가를 포함한 국제 금융계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 꾸준히 인맥(人脈)을 구축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국정 개혁을 제1과제로 내놓는 정부가 가장 취약한 게 국제 분야다. 특히 외교·안보에서 그런 경향이 나타나지만, 경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3년 1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려고 했다. 북한 핵 문제와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 정책 때문에 한국 경제를 둘러싼 리스크(위험)가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옛 재정경제부와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이 모두 나서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막는 데는 간신히 성공했다. 그러나 그해 2월 11일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Positiv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한꺼번에 2단계나 하향 조정했다.
취임 1개월이 지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재벌 개혁’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등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국제 이슈는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다. 당장 오는 15일 새벽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금리 결정이 나온다. 현재 연방기금 금리 선물에 반영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100%다.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어떤 말을 할지에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해 ‘깜짝 발표’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미 FTA 재협상을 공언했다. 정부도 이 같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기능을 유지하고, 통상차관보를 통상교섭본부장(차관급)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FTA 재협상이 ‘발등의 불’이 되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에 경제부총리가 총괄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중국도 잠재적인 ‘폭탄’이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살아왔다. 국내 경제에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눈을 들어 나라 밖 사정도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정부 조직 내 주요 자리 어딘가에는 있어야 한다.
hae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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