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벽 하나 사이에 두고

문자만 오갔다

빗물 받아내지 못하는 우산도 못 된다



달 밝은 지붕 위에서

세상 밖 무서리를 맞으며

처마 끝에서 떨고 있다



한 점 바람

머리를 툭 치며 지나간다



거세가 된 생에서 밤새

쓸개를 씹는다 깊어가는 밤,

지붕 틈으로 소름 끼치게 번뜩이는 고양이가 된다

세상이 비어 있다



팔뚝 정맥이 끊어지도록 들어간 공중도시

잔뼈로 세상이 사라진 시간

더 이상 내려올 수 없다

내 목이 뛰어간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약력 : 1959년 강원 강릉 출생. 2012년 ‘시와산문’ 신인상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녹색시인협회 회원. 시집 ‘시가 꽃을 피울 때’ 등 공저 다수. 시낭송 지도자로 활동 중.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