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이면도로 양편에 불법 주차된 차량과 통행하는 차량이 뒤섞여 큰 혼잡을 빚고 있다.
1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이면도로 양편에 불법 주차된 차량과 통행하는 차량이 뒤섞여 큰 혼잡을 빚고 있다.

건물주차장 부족 불법주차 만연
작년에만 단속 47만 건 달해
區 “지역 고려않는 규제 고집”
市 “규제해야 교통 수요 관리”


사업가 유모(44) 씨는 지난주 초청한 해외 바이어와 외식업 점포들을 둘러보기 위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을 방문했다가 주차공간이 없어 1시간여를 떠돌아야 했다. 건물마다 고객 방문이 많은 상업시설이 여러 개 들어서 있어 걸맞은 주차시설이 필요했지만 유 씨가 둘러본 10여 개 건물엔 차량 4∼5대를 댈 수 있는 공간밖에 없어 업무상 중요한 자리에서 ‘주차 난민’이 돼 곤란을 겪은 것. 유 씨는 “건물마다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했다”며 “서울시 규제 때문이라는데 이대로라면 결국 불법주차하라는 얘기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13일 오후 둘러본 압구정 로데오거리도 가로수길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페와 레스토랑 방문 차량이 노상에 무단주차를 했거나 거주자 우선 주차면 한 곳에 2∼3대를 동시에 대놓은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 때문에 이면도로상 차량 교행 과정에서 정체가 자주 발생하고, 발렛파킹을 의뢰하지 않고는 방문하기 힘든 곳이 됐다. 서울 강남 지역 주차장 부족으로 인한 주민 불만이 커지자 강남구청이 서울시에 관련 조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강남구와 서울시에 따르면, 구는 지난 3월부터 시에 1997년부터 시행된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조례는 교통 혼잡이 극심한 4대문과 강남·서초·잠실 등 10개 지역을 시내에서 공영주차장 요금이 가장 비싼 ‘주차요금 1급지’로 규정하고, 1급지에 있는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은 건물을 지을 때 부설 주차장 면적을 일반 지역의 50% 이하로 만들도록 제한하고 있다. 가령 일반 지역에선 업무시설 면적 100㎡당 차량 1대의 주차공간을 만들 수 있지만, 1급지에선 200㎡당 1대의 공간밖에 만들 수 없다. 강남구는 구내 상업지역의 95%, 준주거지역의 82%가 부설 주차장 제한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조례가 사실상 주차난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구에서는 불법주차가 매년 크게 늘어나는 주원인이 조례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강남 지역 불법주차 단속 건수는 2014년 38만8510건에서 지난해 47만6251건으로 2년 새 8만7741건이 늘어났다. 25개 자치구 중 압도적인 수치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건물을 신축하면서 조례 규정 때문에 줄어든 주차면이 1만3800면이나 된다”며 “주민들의 커가는 불만을 단속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가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를 고집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전체 시내 교통 수요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고 강남구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면서도 “급지 조정에 대해선 현재 용역 연구를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바뀔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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