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일자리 추경(追更)예산안에 대해 야 3당이 반대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일자리의 중요성은 이해하지만, 실현 수단인 추경예산안 편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하지 못했다.
추경예산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수단이다. 일반 예산안은 주어진 세입 규모 내에서 편성되므로, 정부의 예산 팽창 욕심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우회해서 예산 팽창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추가경정예산’이다. 이 제도에 대한 제약이 없으면, 한없이 오용하는 폐단이 생기므로, 추경예산에 대해선 국가재정법(제89조)에서 규제하고 있다. 즉, 전쟁이나 천재지변의 국가위기와 남북관계 변화 등과 같은 예측하지 못한 환경에 탄력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제도다. 물론 예측하지 못한 경제 상황으로 경기침체 및 대량실업이 발생한 때 추경예산 제도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위기에 대한 판단은 매우 주관적이므로 모든 정권에서 ‘어려운 경제’란 논리로 추경예산을 남용했다. 그래서 추경예산 제도는 정부 실패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이번 추경안은 일자리를 위한 것이다. 일자리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서 얼마든지 국가재정법 요건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건, 추경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과연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추경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주로 공공부문의 일자리다. 일반적으로 일자리는 민간이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파생돼 창출되는 결과다. 그러나 정부에서 추경예산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부가가치의 창출이 수반되지 않는다. 세금을 통한 일자리는 민간부문의 자금이 정부 일자리 수혜자의 소득으로 이전될 뿐이다. 부가가치 창출 없이 만들어진 공공부문 일자리는 엄격하게 보면, 일자리가 아니고, 일자리로 포장한 복지다.
복지라는 일자리를 추경예산으로 만들면, 올해는 어느 정도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 없는 일자리는 매년 지속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복지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빚으로 만들어진 일자리 복지는 단기적으론 정치적으로 이득이 되지만, 시간이 갈수록 빚의 무게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한번 만들어진 일자리 복지는 절대 없앨 수 없으므로, 지속적으로 국민 부담은 커진다.
추경예산을 통한 일자리 복지는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정책안이다. 국민의 지지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비용은 장기적으로 나타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비용 압박이 점점 더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모든 정부가 경제적으로 조금만 어려워도, 추경예산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래서 추경예산 제도는 5년 수명을 가진 정부가 활용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숙명을 가진 제도다. 즉, 추경예산 제도는 정부의 위기관리에 꼭 필요한 수단이지만, 위기보다는 정치 포퓰리즘의 돌파구를 위한 제도가 됐다.
현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은 비용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매우 저조할 것이다. 그나마 올해 추경으로 만들어진 공공부문 일자리도 내년부터는 본예산에 포함돼야 한다. 이는 곧 예산 팽창, 즉 정부 팽창으로 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일자리는 부가가치 창출을 수반해야 하며, 이는 곧 민간이 일자리를 만드는 주축이 돼야 함을 의미한다. 민간기업을 죄악시하고, 세금인 추경으로 만든 일자리는 정부 팽창으로 민간 경제를 더 어렵게 해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 전체를 퇴보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