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쯤 시위진압 관련 서면조사
구은수 前서울청장은 대면조사

文정부 ‘촛불개혁 10大과제’로
물대포 지침 준수 등 파헤칠 듯

일각 “死因 변경 후 檢 수사로
불법시위대처 공권력 위축 우려”


검찰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경찰 수장이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서면조사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조만간 강 전 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 씨 사망 사건은 문재인 정권의 ‘촛불 개혁 10대 과제’ 중 하나여서 검찰이 백 씨 사인 변경을 계기로 ‘재수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집중 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1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후균)는 지난 2월 말쯤 강 전 청장에 대한 서면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지난해 10월까지 시위 진압을 지휘한 당시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 장향진 서울경찰청 차장 등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대면조사를 벌였지만, 강 전 청장을 대면조사 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뀐 서울대병원의 새 사망진단서를 확보해 분석한 뒤 백 씨가 외인사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살펴볼 방침이다. ‘경고 살수→곡사 살수→직사 살수’ 등의 단계별 살수 운용 지침이 지켜졌는지, 경찰 수뇌부가 현장 요원들에게 특정 지시를 내린 사실이 있는지 등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현장을 직접 지휘한 총경급 경찰 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수사를 받고, 이들을 포함한 일부 경찰 인사는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백 씨 사망 사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최근 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물갈이 인사’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에 따라 백 씨의 사인 변경으로 ‘수사 명분’이 생긴 검찰은 빠르게 진상규명을 할 가능성이 크다. 또 백 씨 사건과 관련해 ‘경찰 책임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경찰과 대립하고 있는 검찰이 경찰에 대한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2015년 11월 도심 불법 폭력 시위가 극에 달한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물대포 사용은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비례의 원칙’을 고려하면, 당시 경찰의 조치를 과잉 진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며 “여론과 별개로, 엄격한 법리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수사로 불법 폭력 시위를 막는 공권력 행사 자체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백 씨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차벽을 뚫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과 버스에 묶은 밧줄을 끌어당기다가 시위 진압용 경찰 살수차가 쏜 물줄기에 맞고 쓰러졌고, 이 과정에서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지난해 9월 25일 결국 숨졌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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