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 씨의 사망 원인이 병사(病死)에서 외인사(外因死)로 번복된 것은 새로운 문제들을 제기한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시위 도중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 씨(당시 68세)는 지난해 9월 25일 숨졌다. 당시 격렬한 시위로 서울 도심은 난장판이 됐으며, 경찰은 차벽을 치고 살수차 등으로 대응했다. 백 씨가 쓰러진 직후 가족들은 당시 경찰 지휘 라인을 살인미수 등으로 고발했다. 백 씨가 숨진 뒤 주치의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병사’로 판단했지만, 백 씨 유가족과 ‘투쟁본부’는 격렬히 반발했다. 그러나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은 ‘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거부했다. 국회에서는 과잉 진압 여부를 따지기 위한 청문회도 열렸다.

우선, 서울대병원의 사인(死因) 번복은 어이없는 일이다. 환자 상태는 주치의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 발급에 외압이 없었다”고 했고, 지난해 11월에도 “주치의 재량”이라고 했었다. 그래놓고 뒤집은 것은, 배경이 무엇이든 전문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태나 다름없다. 불가피했다면 병원장과 주치의가 직접 나와 사과하고 이유를 소상히 밝혔어야 했다. 정권 교체나 소송, 감사 등을 의식했다면 의사의 양심과 자격까지 걸린 문제다.

다음으로, 진단서의 ‘사인 표시’는 시위의 불법성이나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 문제와 관련이 없다. 어느 쪽이든 백 씨가 시위 중에 쓰러져 사망에까지 이른 것은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도 없다. 과잉 진압 여부를 비롯, 시위와 공권력 대응 상황은 여러 차례 정밀 검증을 거쳤다. 사인 표기 변경이 마치 ‘공권력 살인’식으로 매도하는 빌미가 돼선 안 된다. 그러면 누가 불법 시위에 맞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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