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來韓독주회 마친 獨첼로명장 알반 게르하르트

독주회 암보 연주
지루한 음악은 나빠
즉흥성 최고로 끌어올려

진은숙 협주곡 ‘최고’
허투루 된 음 하나 없어
현대곡 발굴에도 앞장

亞 클래식 시장 빠르게 성장
영재들에 대한 투자 절실
자신만의 개성 추구해야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유대인에 이어 아시아인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첼로 명장인 독일 출신의 알반 게르하르트(사진). 지난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마친 후 19일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등 아시아에서 클래식 영재들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관객층도 클래식 음악에 상당히 열린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5번과 제6번, 졸탄 코다이 독주 첼로를 위한 소나타 Op.8을 선보이며 독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독주회 때도 어린 한국인 관객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 한국 클래식 팬들에 대한 인상을 털어놓았다. 이어 “한국 관객들은 일본인만큼 진지하고 미국인처럼 더 뜨겁게 호응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높은 음악적 수준과 활발한 연주 활동에 비해 국내에서는 명성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권위 있는 클래식 전문 사이트 바흐트랙이 발표한 ‘2016년 가장 바쁘게 활동한 첼리스트’ 10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세계적 러브콜을 받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를 비롯한 세계 250여 개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으며 클래식계 최고 권위 상 중 하나인 ‘에코 클래식 어워드’를 3번 수상했다.

게르하르트는 “음악이 지루한 것은 나쁜 것(boring is bad)”이라고 단언했다. 독주회를 암보(暗譜·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하는 것)로 이끌어가며 즉흥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대사를 완벽하게 숙지한 배우가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표현의 대담함과 자유로움을 나 역시 첼리스트로서 관객에게 선보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출신으로 그라베마이어상을 수상한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의 첼로 협주곡을 2009년 초연할 때도 암보 연주를 선보였다. 진은숙은 당시 BBC 프롬스의 위촉을 받아 게르하르트를 위한 곡을 작곡했고, 게르하르트는 완벽한 연주로 평단과 청중의 호평을 끌어낸 바 있다. 그는 진은숙의 곡에 대해 “최근 50년간 쓰인 것 중 가장 멋있는 첼로 협주곡”이라며 “현대의 많은 곡에는 무의미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음들이 있는데 진은숙의 곡에는 하나도 허투루 된 음이 없다”고 평했다.

그는 오는 22∼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이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에서도 애초 진은숙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려고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슈만의 첼로 협주곡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과거에도 서울시향과 협연한 적이 있지만 마르쿠스 슈텐츠가 수석 객원지휘자가 된 후로는 처음 호흡을 맞춰 보는 것으로, “슈만의 원곡에 가장 가까운 음악적 표현을 들려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현대 작곡가인 토마스 라르허, 브렛 딘 등의 작품을 세계 초연하는 등 현대곡을 발굴하는 데 앞장서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작곡가이자 지휘자, 비올리스트로 활약 중인 딘이 내 오랜 친구인데 여러 번 나를 위한 첼로 협주곡을 써달라고 부탁했고, 그 결과 내년 8월에 시드니 심포니나 베를린 필하모닉과 곡을 초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게르하르트는 세계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데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과거에는 유대인들이 언어, 수학, 철학과 더불어 음악을 필수 과목으로 교육하면서 음악 시장을 장악해 갔는데 이제는 아시아인들이 그걸 이어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금호영재들을 대상으로 가진 마스터클래스에서 “아시아인의 손은 러시안, 독일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연주 기교를 따라가기보다는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는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 = 인지현 기자 loveofall@, 사진 =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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