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실태조사
10명중 1명 性희롱 피해


“아파도 시간이 없으니까 병원에 못 가요.” “산재보험요? 그게 뭐죠?” “성희롱에 시달려도 사과조차 못 받아요.”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가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제언 토론회에서 ‘전국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가 지난해 5월 24일부터 11월 22일까지 국내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385명과 외국인 지원기관 업무담당자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이주노동자 응답자의 22.9%는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유(복수응답)로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서(44.6%)’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병원비가 많이 나올 것 같아서’와 ‘병원에 가도 한국어로 말하기 힘들어서’라는 답변은 나란히 33.0%씩이었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서’가 22.7%로 뒤를 이었고, ‘사업주가 보내주지 않아서’라고 답한 이들도 10.2%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 중 11.7%는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 지원기관 업무담당자 중에서는 무려 74%가 ‘여성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성희롱 및 성폭행 정도가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성희롱 발생 시 사후 조치에 대해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았다’고 답한 여성 이주노동자는 고작 15.6%에 불과했다.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응답자가 13.3%나 됐다. 게다가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머무는 숙소의 경우 남녀 숙소가 분리돼 있지 않은 경우가 42.1%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이주노동자 안전 보호도 부실했다. 응답자 38.2%는 산재보험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또 안전교육을 이수했느냐는 질문에는 ‘받지 못했다’는 답변이 45.2%로 절반에 육박했다. 1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이 56.3%로 더 높았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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